"식당 셀프코너 없애야 하나"…폭우로 '급등' 채소 가격에 상인 한숨

적상추 한 달만 126% 급등
시금치·배추·청양고추도 줄줄이
소비자 물가 자극 우려도

서울 용산구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한미선씨(45)는 식당 한쪽에 마련된 '셀프 코너'가 고민이다. 최근 채소값이 줄줄이 오르면서 기본 반찬에 드는 재료값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배추김치, 고추, 콩나물무침 등을 기본 반찬으로 제공한다. 한씨는 "식사 시간엔 바빠서 응대할 시간도 없다 보니 자유롭게 가져가라고 셀프 코너를 만든 건데, 남기고 가는 잔반들이 너무 많다. 요샌 정말 없애버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아들도 채소값이 너무 올랐으니 재료값을 조금이라도 줄이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물가인상으로 가격표를 수정중인 자영업자.

물가인상으로 가격표를 수정중인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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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기록적인 폭우로 주요 채소류를 중심으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채소류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간신히 둔화세로 접어든 소비자 물가까지 재차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적상추(100g) 가격은 2018원으로 한 달 만에 126.49% 상승했다. 시금치(100g)는 1646원으로 한 달 전(770원)보다 113.77% 상승했다. 이 외에도 배추(1포기·4969원) 43.28%, 청양고추(100g·1471원) 40.63%, 무(1개·2534원) 21.48%, 깻잎(100g·1279원) 13.49% 등 소비자가 주로 찾는 채소류들이 한 달 전 가격보다 줄줄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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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간신히 안정기를 찾은 소비자 물가가 다시 뛸 조짐도 보인다. 6월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100)로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 3월에 3.1%로 높아진 뒤 4월(2.9%)부터 쭉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폭우로 채소류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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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뿐 아니라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만난 황모씨(34)는 "안 그래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물가가 올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까지 오면 앞으로 식자재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며 "매해 여름마다 폭우로 채소값이 뛰는 일이 반복되는데 왜 사전에 관리가 안 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채소류 코너에서 만난 심모씨(57)도 "채소고 과일이고 안 오른 것이 없다"며 "평소엔 두 팩 사던 것도 요즘엔 망설여지더라. 한 팩만 사서 아껴먹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은 여름 더 강한 폭우가 쏟아질 경우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배추, 무, 당근, 양배추 등은 현재 봄 작형이 거의 마무리되고 여름 작형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속하는데, 여름 작형이 본격화된 이후 또 한 번 큰비가 내릴 경우 피해가 훨씬 클 수 있어서다. 기상청은 올여름 장마 기간이 평년보다 짧은 대신 강수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정부 당국은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풍수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비 피해에 따른 농산물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배추, 무, 당근, 양배추의 여름 작황지 90%가 강원도에 모여있는데, 앞으로 이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 피해가 클 수 있다"며 "고온다습한 기후에 취약한 데다 재배지 감소에 따른 영향도 겹쳐 향후 남은 장마 기간 피해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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