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사는 아파트는 오래된 구축이어서 전기차 충전기 시설이 없다. 주차할 곳도 모자라 이중삼중 주차가 일상이다. 여건상 상당 기간 충전기 시설이 들어설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주차장에 전기차가 하나둘 눈에 띄더니 이제는 제법 비중이 늘었다. 충전기도 없는 구축 아파트에 전기차라니 불편하지 않을까? 늘 궁금하던 차에 직접 전기차를 일주일간 경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2023년 3월 현대차가 출시한 '디 올 뉴 코나EV 롱레인지' 모델이'다. 64.8킬로와트시(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 있다. 이 차에는 중국 CATL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이전 1세대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가 들어 있었다. 2세대 모델에서는 국내와 북미에서는 CATL, 유럽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했다. 제원상에 나타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17㎞다. 지난 7월 1일부터 8일까지 출퇴근과 주말 서울 근교 여행용으로 코나EV를 타봤다.
첫날인 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회사 앞에서 차를 인도받았다. 당시 충전 잔량은 75%였다. 차 열쇠를 건네준 탁송 기사는 "80%만 충전하라"고 당부했다. 충전 중 화재 발생을 우려해서인 듯했다. 특히 90% 이상 충전할 경우에 배터리가 불안해질 수 있다. 현대차는 고속 충전의 경우에도 80% 이상 충전할 경우 충전 속도가 자동으로 제한된다. 그렇다고 100% 완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신 충전이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이튿날 서울 광진구 광장동 집에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까지 출근하니 배터리 잔량이 70%까지 줄었다. 거리는 약 15㎞. 왕복 약 30㎞ 거리의 하루 출퇴근에 5% 정도 배터리를 소모한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주차장에 있는 고속충전기에 충전기를 꽂아놓고 업무를 보기 위해 기자실로 올라갔다. 이곳에는 SK일렉트릭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SK일렉트릭 전용 충전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 가입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이 좀 걸렸으나 이후에 동일한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나EV는 다른 전기차와 다르게 앞부분에 충전 포트가 있다. 충전 시 전면 주차를 해야 한다. 국내 설치된 콤보형 고속충전기는 성인 남성이 들기에도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이날 충전하느라 허리를 삐끗할 뻔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운전하느라 몸이 굳어있었던 탓이다. 허리가 약한 분들은 충전 전에 미리 준비 운동이라도 해야 할 듯하다.
충전 앱을 설치하면 충전 진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100%까지 충전하기에는 약간 겁이 나 95%만 충전했다. 충전하는 데는 49분이 소요됐으며 요금은 7800원이 나왔다. 80%를 넘어가면서 충전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현대차는 350kW급 고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10%에서 80%까지 충전할 경우 39분이 소요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기판을 보니 주행가능거리가 473㎞까지 표시됐다. 일단 제원상에 나타난 것보다는 실제 주행 거리가 길었다. 이 정도면 추가 충전 없이 일주일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1일부터 5일까지 하루 빼고 코나EV를 이용해 출퇴근했으나 추가 충전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만약 회사에 전기차를 충전할 곳만 있다면 소위 '집밥(주택에 설치된 충전기를 이르는 속어)'을 먹지 않더라도 충분히 전기차를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어 강화도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6일 코나EV를 타고 약 66km를 달렸다. 토요일 아침 서울 시내를 벗어나니 길이 거의 막히지 않았다. 평균 연비는 킬로와트시(kWh)당 8km 후반대까지 나왔다. 평일 출퇴근 시에는 교통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kWh당 5~7km의 연비를 보였었다. 만약 코나EV로 kWh당 7㎞의 평균 연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완충시 450㎞(7X64.8kWh=453.8) 이상 주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환경에서는 100%까지 충전하지 않고 충전 잔량이 10% 이상에서 재충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주행거리는 400㎞ 안팎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중간 경유지인 강화도 갑곶 돈대에 도착하니 배터리 잔존 용량이 61%까지 떨어졌다. 마침 이곳에는 환경부의 고속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평소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듯 곳곳에 거미줄이 처져 있었지만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다. 회원 가입이 귀찮아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고 비회원으로 충전을 시작했다. 충전기를 꽂아놓고 주변 유적지와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니 40분 후에 충전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왔다.
차에 가서 확인해보니 충전은 92%까지만 돼 있었다. 과충전과 화재의 위험 때문에 100%까지는 충전하지 않는 듯했다. 주행가능거리는 456km로 표시됐다. 충전요금은 약 7100원이 나왔다.
이튿날 귀가 후 월요일이었던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납할 때는 잔존 용량이 59%로 떨어졌다. 추가 충전은 없었다. 일주일간 출퇴근과 서울 근교 여행을 위해 모두 두 번 충전했으며 충전 비용은 모두 1만4900원이 나왔다. 만약 내연기관차였다면 기름값으로 5~6만원은 족히 들었을 것 같다.
이번 시승기는 '전기차'로서의 코나EV에만 집중했다. 차량의 내·외관, 각종 편의장치, 승차감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전기차 구매 시 가장 고민하는 것중의 하나가 충전의 불편함과 주행거리다. 만약 집에 충전시설이 있다면 고민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주일간 코나EV를 타보니 집에 충전기가 없더라도 근무지나 출장지 부근에 충전할 곳만 있다면 충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매일 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운전 빈도가 높다면 차량 유지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이라면 중간에 한차례 충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엔 아쉽게도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는 이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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