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XR) 시장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산업)들의 참전이 늘어난 건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에 교육, 의료 등 여러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 규모는 2021년까지만 해도 189억6000만달러(약 26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26년에는 1007억7000만달러(약 139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성장이 두드러지는 것은 XR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XR은 게임, 전시,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가상의 세계에서 활동하거나 직접 전시장 또는 공연장을 방문한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선두주자는 메타다. 엔터테인먼트·메타버스 XR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꾼 것도 해당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2022년 메타 퀘스트3라는 XR 기기를 출시한 이후 추가 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메타 외에도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2021년에 VR 스타트업인 피코를 인수한 후 관련 기기 제품들을 개발해 오면서 메타의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 보건·의료 분야로 XR 활용 범위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교육 현장에 대한 체험과 함께 가상 세계에서의 의료 연구를 통한 의약품 개발을 전망해볼 수 있다. 또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의 커뮤니티들이 가상공간이 실제와 유사해지는 XR 기술 발전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제 XR 산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적용 산업군은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제조 공정에서의 효율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김성진 KIET 연구원은 'XR 디바이스 산업의 글로벌 동향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XR 기기는 현재 엔터테인먼트로 사용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제조 산업 및 교육, 의료용 목적으로도 확대 중"이라며 "제조 공정에서는 제품설계, 시제품 제작 및 협업, 외부 원격 지원에 적용 중이며 가상현실에서 시제품 개발 시 제작비용을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의 개발실 운영 및 품평·품질 검증 시스템에도 도입이 가능해 제조 공정에서 시제품 개발 시 비용 감소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XR 시장은 콘텐츠 부족과 비싼 디바이스 가격이 발목을 잡아 왔다. 콘텐츠 부족과 늦어지는 디바이스 개발이 한데 얽히고설키면서 XR 발전이 지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과 저변 확대가 전망되고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가 하나둘 참전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네이버가 치지직에 XR 서비스와 콘텐츠를 추가하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한 것도 XR 생태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의 iOS 등에 맞는 XR용 치지직 애플리케이션이 개발해 해당 앱 마켓에서 유통될 경우 실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시장에 뛰어든 애플은 XR 기기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애플은 X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하지만 판매가가 450만원을 웃돌고 무게도 450g으로, 편리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애플은 내년을 목표로 기존 모델보다 저렴한 보급형 헤드셋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구글 등과 연내 갤럭시 XR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XR 플랫폼은 프로그램 개발자나 창작자가 XR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운영체제, 개발자 도구, 라이브러리, 리소스 등으로 구성되고 앞으로 기기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XR 플랫폼을 통해 관련 서비스나 콘텐츠가 개발·유통되도록 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 "(구글, 퀄컴 등과) 계획대로 꾸준히 착실히 개발 준비 중"이라면서도 "XR과 같은 새로운 기기는 기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 좋은 경험을 하고 많은 서비스·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 확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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