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발작성 기침을 일으키는 백일해가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면서 학령기와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일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아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평소 예방 수칙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백일해 환자는 6986명으로 5년 전인 2019년(496명)과 비교해 14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감염자 수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령대 별로는 13~19세(59.1%)와 7~12세(32.9%)가 가장 많아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91.9%를 차지했다.
백일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미국은 감염자가 7847명 보고돼 전년 동기 대비 3.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잉글랜드에서도 지난 5월 말까지 모두 7599명이 보고돼 전년 동기 대비 2.9배 증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국내에선 4월 중순부터 발생이 크게 증가해 6월부터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보다 백일해 접종률이 높은 미국, 유럽, 영국 등 외국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확산하고 있어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 감염으로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으로 '100일 동안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될 정도로 심각한 발작성 기침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역학 조사 결과 올해 감염자 대부분이 '기침(99.4%)' 증상이 있었고, 심한 경우 '발작성 기침(21.5%)'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일해 특유의 '웁소리(16.7%)'도 일부 확인됐다.
학령기와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중증 질환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최모씨(40)는 "어제부터 아이가 기침이 심해 점심시간에 조퇴하고 병원에 데려갔는데 백일해 확진을 받았다"며 "코로나 이후 학교에서 마스크 쓰는 아이들도 거의 없고 음식도 같이 먹으며 지내는데 이러다 다 같이 전염될까 무섭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담임 교사 권모씨(31)도 "얼마 전 옆 반에서 학생 2명이 백일해 확진돼 격리하고 있다"며 "최근엔 학부모들로부터 아이가 기침이 심한데, 백일해 아니냐는 연락도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일해가 코로나처럼 중증 질환이 아닌 만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1세 미만 및 65세 이상, 임산부, 만성폐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발병 시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백신을 제때 맞고 유증상자 주변을 피하는 등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국내 백일해균은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독성이 약해 외국보다 치명률이 훨씬 낮다. 코로나19처럼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일부 고위험군에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백신을 제때 접종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엔 손을 씻는 등 평소 예방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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