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질병' 도입 다가오는데…사회적 합의는 ‘부재’

민관협의체 5년간 11차례 회의만
게임업계·이용자들 ‘거센 반발’

“게임이 질병이라고요?”


9년째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즐기고 있는 정모씨(27)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 질병으로 등재했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일상생활도 못 하는 중독은 치료가 필요하겠으나 어느 수준부터 게임 중독이라고 할지 불분명한 것 같다”며 “게임이 취미인 주변 사람들을 보면 주말이나 쉬는 날에 게임에 푹 빠져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김민지씨(26)는 “e스포츠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 단순히 중독성이 있다고 질병으로 취급하는 건 논리의 비약이 심한 것 같다”며 “자칫 게임 산업이 위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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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질병사인분류(KCD) 초안에 게임이용장애 등재가 예정된 가운데,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관 협의체가 꾸려졌으나 5년간 11회 회의만 개최된 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18일 통계법 제22조에 따르면 유엔이나 세계보건총회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할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9년 WHO는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체계 개정안’(ICD-11)을 발효했다. 국제질병·사인분류(ICD) 내용은 WHO 회원국에 대한 권고사항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ICD 내용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관례적으로 수용해왔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다. 보건복지부는 게임 이용 장애의 역학조사를 통해 게임 중독 실태를 파악하고 진단기준이 명확하면 오히려 게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은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통일된 정의 및 용어 합의 부재 ▲게임 이용 장애 설명하는 진단기준 부재 ▲게임 이용 장애로 인한 부정적 결과 및 지속성에 대한 연구 부족 등을 근거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된 상태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표준분류를 무조건 반영해야 하는 현행 통계법의 구속력을 낮추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등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될 경우 국내 게임 산업 규모가 2년 새 8조 8000억원 상당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8만 명의 취업 기회도 줄어드는 등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민관 협의체에서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각자 입장을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결정 목표 시기인 2026년까지 결정에 필요한 객관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개 토론회와 국회 공청회가 진행돼야 한다. 동시에 국내 도입 결정을 위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 방법과 절차 도입 등 과제들이 실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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