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돈 잘 버는 석유사업 관련 자회사 둘을 SK온에 붙이기로 했지만 조단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배터리 사업 특성상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17일 이사회에서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입을 맡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을 SK온에 합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사회 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안이 확정되면 전통산업인 석유 사업과 차세대 산업인 배터리 사업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 관심에서 떨어져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알짜’로 분류된다.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라 SK엔무브 합병설 때와 달리 소액주주나 사모펀드 반발 이슈도 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온의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처럼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이자 부담도 크다"며 "아예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을 배터리 사업으로 끌어오면 꾸준하게 자금 운용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과 합병하면 ‘만년 적자’ SK온은 흑자 전환도 기대할 수 있다. SK온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5818억원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49조원에 영업이익 5746억원을 거뒀고, 올해 초 신설된 SK엔텀은 같은 기간 매출 2576억원을 기록했다. 탱크터미널은 시황을 타지 않아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사업이라 앞으로도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병 자체가 SK온의 근본적인 재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계속 지원하면 주가와 기업 신용이 지속 악화할 테니 우선 현금흐름 좋은 자회사에 맡긴 것"이라며 "SK온의 경우 상장 후 십자포화를 당한 LG에너지솔루션 사례 때문에 IPO 타이밍을 놓친 데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겪고 있는데, 이처럼 안팎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짜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터리 시장 후발주자인 SK온은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누적 적자가 2조3000억원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온의 올해 설비 투자금은 7조5000억원인데,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은 3조5000억원"이라며 "배터리 사업에만 4조원 정도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3사 합병은 2021년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SK온을 출범시키면서 배터리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초심과도 거리가 멀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역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에서 각각 2013년과 올해 인적분할해 설립했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다.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물류 관리,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사업이 중복되지만 배터리 사업과의 연관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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