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열전⑭]물필터로 깨끗한 대기환경 만드는 '워터베이션'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 인터뷰
핵심은 양수방식과 물을 잘게 쪼개는기술
기술력 여러 곳에서 인정 받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기청정기 내부에는 필터가 있다. 주기에 따라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역할을 다한 필터는 고스란히 쓰레기장으로 이동해 소각되면서 다시 대기를 오염시킨다. 공기청정 및 대기오염물질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워터베이션은 이를 놓고 ‘청정의 악순환’이라고 정의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개발한 것이 물로 필터를 만들어 친환경 청정을 할 수 있는 ‘물 분사형 워터네트 공법’(WVG)이다.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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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는 “친환경 방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깨끗한 대기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고깃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돕던 중 공기 청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연기 때문에 목이 매캐해지는 느낌이 들어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 비가 오면 공기가 깨끗해진다는 점에서 물 공기청정기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개인적으로 습식 공기청정기 특허를 검색해서 기술 이전을 받고 해당 기술진과 협력해 WVG를 개발했다. 정 대표는 “변리사와 특허 검증을 하면서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다니던 직장을 나와 창업했다”고 말했다.


WVG의 핵심은 양수방식과 물을 잘게 쪼개는 세절기술이다. 수중펌프 없이도 압력과 원심력을 활용해 물을 회전시켜 양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물을 꽉 채운 상태에서 분사하면 기압 차이에 의해 물이 순환된다. 이렇게 분사된 물은 필터가 된다. 여기에 물을 잘게 쪼개 표면적을 증가시켜 기체와 액체의 결합력을 높였고, 이를 통해 유해가스를 제거하고 탄소까지 포집한다.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분자를 지닌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초산 등 유해가스 3종에 대해 100% 저감 효과를 기록했다. 잘게 쪼개진 물은 기화 작용으로 온도를 5도 정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제품 온도를 낮추기 위한 별도의 에너지도 들어가지 않는다.


WVG의 가장 큰 장점 하나는 전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보통은 물도 돌리고 공기를 내보내야 해서 펌프와 팬이 필요한데 우리 기술은 팬만 있으면 가동되는 방식이라 전력 사용이 줄어든다”고 했다.

워터베이션의 청정 솔루션은 일반 가정과 사무실에서 쓸 수 있는 것부터 다중시설, 밀집 시설, 산업현장, 공장 등에서 사용 가능한 것과, 악취를 저감하는 축사용 등 다양하다. 정 대표는 “크기에 따라 솔루션 확장이 가능해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스케일업(scale-up)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은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있다. 독일 IFIA 국제발명단체총연맹과 iENA 뉘른베르크 국제발명전시대회에서 각각 금상과 그린 인벤션 대상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창업사관학교’에 최종 선정됐고, 지난달에는 제17회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많아 유해가스 양이 상당한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국가적으로 강해지면서 산업체들도 친환경 공정으로 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엑스포 등에 가면 굉장히 많은 산업체에서 친환경 필요성을 얘기하고 실제로 일부 기업과 협업이 이뤄지면서 빠르게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정윤영 워터베이션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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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는 하반기 대기업과의 2차 기술검증(PoC)을 통해 더 고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또한 개인에게 공기청정기 제품이 더 많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탄소 저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인과 산업, 정부를 이어주는 ‘탄소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정 대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물 필터 공기청정기를 쓰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는데 공기청정기가 탄소 포집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컴퓨터가 개인에게 보급되어 세상이 바뀐 것처럼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지구를 깨끗하게 만드는 탄소 제로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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