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각 지역에서 온 당원과 지지자들로 붐볐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지지 이유'를 물었다. 대구 토박이는 물론 서울에서 응원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은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자신의 후보가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막힘없이 쏟아냈다.
나경원 후보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단체로 온 최윤주씨(61세·여)는 나 후보의 열성적인 팬이었다. 최씨는 왜 나 후보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국회에 20년 넘고 있었고 이렇게 일하는 사람 없지 않나. 일을 오래 한 사람이 일을 잘한다"라며 "오래전부터 나 후보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다른 세 명과 나 후보와의 차이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다"라며 "가정에 엄마가 없으면 그 집안은 안 된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원 후보와 윤 후보 역시 국회 경험이 많지 않냐는 질문엔 "다르다. 원 후보는 이재명한테 졌는데, 또 싸운다고 한다"며 "또 싸워서 또 지면 뭐하나. 나 후보는 이겼다. 지는 놈은 소용없다"고 했다. 한 후보보다 나 후보가 나은 이유에 대해선 "한 후보도 잘하는 건 맞지만 경험이 짧다"며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산다. 나 후보는 정치경력이 길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강재욱씨(55세·남)는 "나 후보가 똑똑하고 인물이 있다"며 "갈등을 포용해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윤씨(69·남)는 경남 거창에 살고 있지만 4·10 총선 때 윤상현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윤 후보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에 세 번이나 방문했을 만큼 윤 후보를 좋아한다. 김씨는 "(윤 후보는) 수도권 5선 의원이다. 난 경남 사람인데 이번 당 대표는 수도권 출신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동서로 갈라져 있다. 수도권에서 당 대표가 나와야 정치가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도 수도권 후보가 아니냐는 질문엔 "아니다"라며 윤 후보의 이름을 세 번 외쳤다.
김씨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안 올라가서 큰일이다. 10%는 넘어야 하는데 그러고 있질 못하다"며 "우리가 지금 전국적인 조직으로 10%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하조직이 있다"고 농담 섞인 말도 건넸다.
새벽같이 서울에서 대구까지 왔다는 양덕희씨(50대·여)는 "보수 쪽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수 정신을 지켜온 유일한 후보자이고 국민의힘을 단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분이 바로 우리 윤 후보"라며 "국민들 마음도 잘 파악할 수 있고 당원들 마음도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정책적인 부분도 원활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개인적으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해본 적이 없다"며 "윤 후보의 인터뷰 등을 보고 이분이라면 위기의 국민의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정치 공세"라며 일축했다. 한 후보와 대통령 간 관계에 대해서도 "각자 할 일을 하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식적으로 한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 '깨어있는 시민연대' 대표 이민구씨(64·남)는 "국민의힘이 4·10 총선 대패 이후 거의 망해가는 정당이 되어버렸다"며 "이걸 개혁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고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변화하는 정당으로 만들려면 일단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른 후보들은 여전히 개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한 후보가 당선되고도 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또 회초리를 맞겠지만, 지금은 한 후보가 국민의힘을 완전히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씨는 다른 후보가 제기하고 있는 한 후보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선 "지금의 당내 경선과 토론회는 정말 쓰레기 경선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며 "다시 원팀이 될 생각이 없어 보이고 너 죽고 나 죽자, 다 같이 죽자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날 방송 토론회를 보면서 원 후보가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선을 넘는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국민의힘 전당대회 토론회 중에 이런 토론회가 있었나. 원 후보는 이재명하고 싸울 때 그렇게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에 대해서도 "틀어졌다고들 하는데, 틀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며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 아바타를 뽑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가 안 좋은지 알 수 없지만, 사이가 좋으면 나라가 잘 돌아가나"라며 "당정 간의 관계는 자기가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자꾸 둘이 매일 만나서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상애씨(67·여)는 응원 용품을 들고 있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복장도 하고 있지 않았다. 경북 구미에서 왔다는 이씨는 남편과 함께 한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씨는 "후보들이 방송 토론회 하는 것을 보니 역시 한 후보였다"라고 말하며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 후보를 지지해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 후보와 대통령 간의 관계에 대해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집안싸움이 있을 수 있다"며 "서로의 입장은 각자가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에 사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배우호씨(75·남)는 원희룡 후보 응원 용품을 손에 들고 연설회 장소인 엑스코(EXCO)에 들어섰다. 대구 토박이인 배씨는 원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배씨는 "원 후보가 도지사까지 했고 그중에 제일 낫다고 봤다"며 "나이 먹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원 후보가 가장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엔 "한 후보는 어느 날 갑자기 떴다. 일회용에 불과하다"라며 "한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나 좋아한다. 원 후보는 도지사도 하고 똘똘하다. 흠잡을 데도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대구에서 온 윤정록씨(53·남)는 그늘 하나 없는 무더위 속에서도 원 후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한 후보가 안 되는 이유를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윤씨는 "진짜 우리 보수와 대통령이 힘들다. 결국 우리가 정치라고 하는 것이 대통령과 정권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거대 야당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원 후보가 나이 든 사람부터 젊은 사람까지 가장 화합하기 좋다"고 말했다.
윤 씨는 "집안싸움은 밑바닥에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게 조율해야 한다"며 "그런데 문자를 무시하였다는 것의 그 본질은 무엇이겠나. 한 후보가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 와이프 문자도 무시했는데, 억울한 사람 문자는 얼마나 무시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후보를 향해 "김건희 여사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사과)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한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검사 시각이 아니라 정치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밀어주고 책임은 윤 대통령이 지면 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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