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언대용신탁'…은행 맹추격하는 보험사[1mm금융톡]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 유언대용신탁 수탁액 3조3000억원
관련 시장 급성장에 보험사도 잇따라 참전
하반기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되면 시장 급성장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금융사에 상속 절차를 맡기는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주도해오다 최근 보험사까지 가세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을 인가받았다. 교보생명은 2007년 금전신탁에 뛰어든 데 이어 이번에 재산신탁 진출에도 성공하면서 종합재산신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이 종합재산신탁에 도전한 건 유언대용신탁과 증여신탁 등의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금융사에 현금·부동산·주식 등의 자산을 맡기고 살아있을 때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후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하는 상품이다.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효력이 없는 자필 유언장과 달리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생전에 설계한 대로 자산이 배분될 수 있다. 고령화로 고령층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상속 분쟁도 많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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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 시장은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말 유언대용신탁 수탁잔액은 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말 8800억원에서 2021년말 1조3400억원, 2022년말 2조500억원, 2023년말 3조1100억원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 고액자산가 중심에서 최근엔 상속신탁업 대중화로 최소 가입금액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현재는 최소가입금액이 5000만~10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커지면서 교보생명을 비롯한 다른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준비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보험사 중 신탁업 인가를 받은 곳은 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흥국생명·삼성화재 등 6곳이다. 삼성화재를 제외하고 모두 종합신탁업자 인가를 획득했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일찍이 유언대용신탁을 판매중이고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상품 개발을 검토중이다.


보험사들이 더욱 주목하는 건 올해 하반기 관련 법률 개정에 맞춰 도입될 보험금청구권신탁이다. 사망한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뜻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신탁이다. 예컨대 종신보험 가입자가 이 상품에 가입하면 자신이 사망한 뒤 나오는 생명보험금을 자녀에게 일시에 지급하지 않고 특정 기간 나눠 배분하면 운용수익을 얻고 상속세 부담도 덜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보험청구권을 수탁가능 재산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 규정 변경을 예고했고 현재 법제처 심사를 진행중이다. 심사는 올해 3분기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보험청구권신탁 가입은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서도 가능해 금융업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부 은행은 벌써부터 유언대용신탁과 보험청구권신탁을 연계한 상품 준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생명보험 기준 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이 800조원에 이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이경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상속 관련 신탁시장은 초기이지만 앞으로 5~7년 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전문인력 확충과 디지털화, 고객층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성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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