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를 경유해 자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 지난 5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세 배 올린 데 이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우회수출하려는 중국의 '꼼수'를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다음 타깃은 중국산 전기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부터 북미 지역(멕시코·캐나다·미국)에서 제강되는 철강을 제외하고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 이란, 벨라루스 등에서 주조·제련된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공급과잉 품목에 최대 100%의 '폭탄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종전 0~7.5%에서 25%로 상향했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한 멕시코 정부와 협력해 '구멍'을 틀어막고, 공급과잉을 빚고 있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의 자국 유입을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지난해 멕시코에서 수입한 철강은 380만t, 알루미늄은 10만5000 메트릭 톤으로 이 중 각각 13%, 6%가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수입됐다. 대부분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영향을 받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물량은 소량이지만, 향후 수입 급증을 막기 위한 예방적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블루칼라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은 관세를 회피하고 우리의 투자를 훼손한다"며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와 같은 주(州)에 있는 미국인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조치는 이전 행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허점을 막는다"며 "미국에서 미래 산업을 건설하는 동안 철강과 알루미늄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이 언급한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7곳 중 한 곳이다. 과거 철강산업 메카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러스트 벨트 중 한 곳으로 블루칼라 유권자 비중이 높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인수를 반대한 US스틸 본사가 있는 곳도 펜실베이니아다.
중국의 우회수출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다음 타깃은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에 낮은 관세로 전기차를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 사업장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5월 대중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종전 25%에서 100%로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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