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자들이 미국 뉴욕증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에만 약 10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기술주 랠리에서 손실이 컸던 반면, 산업·헬스케어·금융 관련주가 이를 상쇄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데이터분석회사 S3 파트너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2분기 미국 공매도자들의 평가 이익이 100억달러(약 13조8500억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S3 파트너스의 이호르 두사니브스키 전무는 뉴욕증시 랠리 속에서도 2분기 내내 주가 하락세를 보인 IBM, 클라우드플레어 등을 언급하며 "공매도자들이 2분기에 주식 선택을 잘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높은 가격에 먼저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매매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에겐 호재가 된다.
섹터별로는 산업(76억달러), 헬스케어(69억달러), 금융(49억달러) 부문이 부진을 나타내며 공매도자들에게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이들 세 섹터의 평가이익은 무려 157억달러에 달하는 기술 부문의 평가 손실을 훨씬 웃돌았다. 또한 공매도자들은 임의 소비재(34억달러), 에너지(27억달러), 소재(23억달러), 필수 소비재(15억달러), 유틸리티(13억달러) 부문에서도 수익을 얻었다.
이처럼 공매도자들이 뉴욕증시 랠리 속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최근 랠리가 일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쏠려 있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기술 부문 외에 다른 섹터들에는 하락 베팅이 성공할만한 약점이 남아있었다는 진단이다.
뉴욕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2분기 3.9% 올랐지만 이는 같은 기간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37%가까이 뛴 데 따른 것이란 평가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최근 가장 일반적인 견해다. 시장이 너무 좁았다"고 평가했다.
공매도자들은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구글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기술 섹터에도 33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들 주식이 과대평가돼있다고 판단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반면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에만 약 22억달러 규모의 공매도를 청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최대 공매도 대상이었던 테슬라가 올해 들어 4번째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밖에 2분기 동안 가장 많은 공매도 청산이 이뤄진 섹터는 에너지 부문으로 나타났다.
두사니브스키 전무는 "시장 속도가 회사의 기본 펀더멘털보다 중요하다"면서 일부 공매도자들이 시장 모멘텀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모멘텀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크로스비 전략가는 2분기 실적 발표가 곧 예정된 만큼 주요 빅테크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가 나올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역시 언제든 시장에 여파를 미칠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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