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미디어 업계 거물들의 사교모임인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가 9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개최되면서 이들이 나눌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모이는 만큼 인수·합병(M&A), 경제 현안 논의가 단골 주제인데, 올해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 행보에 대한 관심이 크다.
블룸버그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글로벌 수장들이 이날부터 미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으로 바쁜 기업인들이 전세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날 하루 선밸리 공항에 도착할 전세기 수만 165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다. 또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 CEO와 데이비드 자슬라브 디스커버리 CEO,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CEO 등 미디어 거물들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외에도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지난해 불참했던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이 올해 행사에 참석한다. 최근 스카이댄스와 합병키로 합의한 미국 영화 산업의 대표 주자인 파라마운트의 샤리 레드스톤 CEO도 선밸리로 향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행사에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불참자 명단이다. 오랜 기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단골손님'으로 평가받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해 선밸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해 버핏 회장의 아내인 아스트리드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가 커피 한잔에 4달러나 된다는 사실에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후 버핏 회장이 행사에 나오는걸 불편해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CNN은 전했다. 대신 버핏의 후계자인 그렉 에이블 부회장 등 일부 버크셔 임원들이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기로 했다.
버핏 회장 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밸리에 나타나지 않을 예정이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사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 선밸리에서 매해 주최하는 비공개 행사다. 거물들의 '여름 캠프'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미디어·IT 업계 거물들이 모인다. 이들은 행사 기간 중 테니스나 골프를 치며 함께 스포츠를 즐기기도 하고 각종 주제로 토론 세션을 진행하면서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곤 한다.
이 행사가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M&A가 실제 성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디즈니의 ABC방송 인수, 2013년 베이조스 창업자의 워싱턴포스트(WP) 인수 등이 대표 사례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당시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WP) 회장을 만나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뒤 별도 협상 없이 인수를 결정 내렸다고 한다.
다만 올해는 미 대선이 글로벌 기업 수장들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상황을 두고 기업인들이 편하게 대화하며 서로 생각을 나눌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 대선 결과는 회사 경영이나 사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기업인들의 관심이 크다.
더욱이 이 자리에는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잠재적 대체자로 거론되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선밸리에서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고돼 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국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년 중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표현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매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 2022년에는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 총괄 사장과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2021~2022년 행사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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