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대(對)중 폭탄 관세로 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학자들도 미·중 관계의 개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 칭화대학이 주최한 베이징 세계평화포럼(WPF)에 참석한 중국의 학자들은 미·중 관계가 격동의 시기에 있으며,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학자 중 일부는 미·중 관계의 장기적 개선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다.
다 웨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소장은 "우리는 이 양자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최대 한계에 도달했을 것"이라며 "양국은 서로 간의 근본적인 불신이 너무 높아 지금과 같은 관계가 지속된다면 새로운 유형의 위기와 대립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옌 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포럼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보다는 악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선거 운동을 지목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중 무역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일자리 보호를 외치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키로 했다.
지정학, 첨단 기술, 무역 전쟁 등 미국과 중국이 충돌해온 여러 문제 가운데 가장 큰 위험으로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가 꼽혔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날 포럼에서 열린 미·중 관계 패널 토론에서 "세컨드 토마스 암초를 두고 벌어진 분쟁은 미·중 갈등 위험이 남중국해에서 가장 높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한 메커니즘과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악화의 시한폭탄으로 지목한 우 신보 중국 푸단대학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과 미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우발 사태에 대비해 심각한 정신 무장을 하고 있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한번 갈등이 발생하면 사태를 완화하거나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권장 사항들을 제시한 학자들도 있었다. 예일대 로스쿨 폴 차이 중국 센터의 수잔 손튼 전 미국 외교관은 미·중 양국이 상대방이 휘두르는 위협을 과장하는 것을 멈추고 보건, 교육, 환경, 식량 등 안보 긴장이 상대적으로 덜한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이 안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 분야보다는 인문학 분야를 전공하는 중국 유학생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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