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에 싱글용 한 채 뚝딱…LH, 모듈러로 공기 줄인다


전체 공정의 80% 이상 공장에서 만들어져
운송하고 조립하면 끝…1개 설치 시간 30분
콘크리트 공법 대비 기간 30% 단축
제작 물량 적고 원가 많이 들어 아직 비싸

지난 4일 세종시 산울동에 있는 LH 공공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H)

지난 4일 세종시 산울동에 있는 LH 공공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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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세종시 산울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공공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는 600t짜리 초대형 크레인이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들어진 모듈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폭 3.3m, 길이 11.3m에 무게만 25t에 이르는 모듈러는 전용면적 21㎡짜리 1인용 주택 한 가구에 해당한다. 이 모듈러 안에 입주민의 방과 화장실, 주방까지 들어가게 된다.


크레인이 지상 4층에 모듈러를 내려놓은 다음부터는 현장 근로자들이 움직인다. 철골 핀을 이용해 방금 올린 모듈러와 기존에 쌓아놓은 모듈러 간 수평·수직 조립을 시작한다. 총 416가구가 들어가는 이 임대주택은 한 채 한 채 이런 방식으로 지어지는 중이다. 모듈러들은 전라북도 군산 공장에서 만든다. 트레일러를 이용해 세종 건설 현장까지 운송되면 바로 쌓는 작업이 시작된다.

모듈러 1개를 설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현장에서는 하루에 10~12개 모듈러가 제 층, 제 호수로 자리를 찾아간다. 30㎡가 넘는 비교적 큰 타입은 모듈러 두 개를 합쳐서 만든다. 이 공공임대주택은 7층까지 올라가는데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다. 입주는 내년 3월부터 이뤄진다.


공사 기간·인력 줄여…공사비는 아직 더 들어
모듈러 견본주택 (사진제공=LH)

모듈러 견본주택 (사진제공=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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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H는 '모듈러 주택 현장 답사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脫) 현장 건설(OSC·Off-Site Construction)'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듈러 공법이란 외벽체와 창호, 배관까지 포함된 개별 주거공간을 공장에서 박스 형태로 미리 만들어 현장으로 운송한 다음, 설치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의 8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진다.


노태극 LH 스마트하우징사업팀장은 "모듈러 주택은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과 비교해 공사 기간을 30% 줄일 수 있다"며 "주거공간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기 때문에 숙련공이 부족해도 짓는 데 문제가 없고, 주택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모듈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이라 제작 물량이 적어서 원가가 많이 드는 탓에 공사비가 많이 드는 것이 흠이다. 철근 콘크리트 공법 대비 30%가 비싸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량생산 기반부터 닦아야 한다. LH는 지금까지 4개 지구에서 221가구 규모의 저층 모듈러주택을 완공했으며, 현재 3개 지구에서 696가구가 들어가는 모듈러 주택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2개 지구에서 831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예정 지구는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5-1생활권이다. LH는 이곳에서 12층짜리 450가구 규모의 모듈러주택을 발주했다. 경기도 의왕 초평지구에는 20층짜리 381가구 모듈러 주택 사업을 추진한다. 시공사가 정해지면 오는 8~9월 중 착공될 계획이다.


노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최고층 모듈러주택은 13층이며, 모듈러 주택 높이가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며 "모듈러 주택은 벽식구조가 아닌 기둥식(라멘) 구조라서 소음이 벽을 타고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층간소음은 49데시벨(㏈) 이하로 안정적으로 나타났고, 내진 성능도 일반 콘크리트 건물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축기준 완화·인허가 간소화 필요
지난 4일 세종시 산울동에 있는 LH 공공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H)

지난 4일 세종시 산울동에 있는 LH 공공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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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국에서는 44층짜리 모듈러주택이 지어졌고, 미국도 30층 이상 올릴 만큼 시장이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8055억 규모였다. 2022년(1625억원) 대비 396%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대부분 주택 용도가 아니라 낡은 학교를 허물고 다시 만은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가 모듈로 공법으로 지어지면서 커진 몫이다. 노 팀장은 "모듈러 주택 시장을 키우려면 모듈러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LH는 모듈러 주택 외에도 또 다른 탈 현장 건설 방법의 하나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도 시범 적용한다. 모듈러 공법이 주택을 통째로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라면, PC 공법은 기둥·보·벽체 같은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만들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으로 평택 고덕지구에서 만들고 있다. 12층짜리 1개동 82세대 규모로 지어지는데, 현재 주요 부재 조립이 완료된 상태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구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서 공장에서 제작해 조립만 하면 되는 모듈러 주택 필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LH가 올해부터 공공주택 중심으로 일정한 물량을 짓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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