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올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거래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낙찰률이 매우 감소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27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4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8개 미술경매사의 총 거래액은 총 917억원으로 지난해 811억원보다 13% 증가했다.
이는 미술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 상반기 1138억원, 2022년 1446억원 대비 63% 수준이다. 2020년 상반기(490억원) 이래 3년 만에 가장 적었다.
경매 낙찰률도 49.8%로 2019년 이후 처음 50% 이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경매 출품작은 총 1만1045점으로 전년 대비 3806점이 줄어들었고, 이 가운데 낙찰작 또한 5509점에 그쳤다. 2019∼2022년에는 상반기 낙찰률이 65%∼65.3%로 모두 60%대 중후반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52.1%로 떨어졌고, 올해 처음 50% 이하로 내려갔다.
낙찰총액 1위 작가는 김환기였다. 상반기 미술품 경매에서 김환기는 낙찰총액 약 60억 원을 기록해 2019년 이후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50억원에 낙찰돼 상반기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3-Ⅴ-71#203'을 포함 총 60억원을 기록했지만, 145억원을 기록했던 2019년 상반기 대비 약 85억원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낙찰률도 60%대로 국내 미술시장의 경기를 주도하는 블루칩 작가도 불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환기에 이어 이우환(30억 원·58%), 윤형근(29억 원·88.8%), 박서보(25억 원·70.4%) 등이 낙찰가 2~4위를 차지한 점도 눈에 띈다. 한동안 쿠사마 야요이, 마르크 샤갈 등 해외 유명 작가가 강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김환기를 필두로 한국 근현대 작품이 상위권을 석권한 점이 고무적이다.
경매사별로는 서울옥션이 약 536억원, 케이옥션이 약 248억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서울옥션 낙찰총액에는 지난 25일 거래된 오피스텔 분양권 낙찰금액 219억원이 포함됐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침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서울옥션의 첫 오피스텔 경매처럼, 미술품 경매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위축된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갤러리와 작가 및 시장 종사자들에게 이르기까지 위기의식을 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문화 콘텐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실질적인 부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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