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그룹이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다는 후문이다. 국세청이 갑작스럽게 제너시스BBQ에 대한 탈세 혐의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4국이 이달 초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BBQ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되면서 제너시스BBQ가 지난달 주요 치킨 가격을 인상한 점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청은 그동안 개별 세무조사에 대해 함구해 왔다.
제너시스BBQ 가격 인상은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프랜차이즈 업계를 불러놓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농림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과 함께 업계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 전에 정부에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인상 계획을 미리 알려주면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도 거론했다고 한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가격 인상 계획을 보고하라는 것은 올리지 말라는 사실상의 협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제너시스BBQ는 23개 제품의 소비자권장가격을 다음날(5월23일)부터 평균 6.3%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이를 두 차례나 연기해 실제 가격 인상은 이달 4일 이뤄졌다. 정부가 "가격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너시스BBQ에 대한 이번 특별 세무조사는 치킨 가격 인상에 따른 '괘씸죄'로 해석된다.
정부는 제너시스BBQ가 치킨 가격 인상을 발표한 뒤 또다시 프랜차이즈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한 달 새 두 차례나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한훈 농림부 차관은 전날도 주요 식품·외식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공식품·외식 물가 점검 회의를 열고 "식품·외식업계는 원가 절감,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식품·외식 물가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최근 국제 식품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거론하며 "가격 인상이나 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뜀박질을 했던 밀가루와 유지류는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설탕과 코코아 등 또 다른 원재료 가격이 대폭 올랐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원자재를 수입할 때 비용이 더 늘어났다.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쓰는 전기요금과 인건비 등 원가 부담에 대한 레토릭이 아니더라도 가격 인상의 불가피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환율 안정 등 물가 인상의 구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보여주기식' 협조 요청만 반복하고 있다.
BBQ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은 식품·외식 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식품업계의 담합 등을 조사하고 나서면서 가격 인상을 철회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식품사들이 일시적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제품은 가격은 다시 줄줄이 올랐다.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팔 비틀기식 대책은 물가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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