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장 화재에 전기차만 봐도 불안…우리 집 주차장은 안전할까

순식간에 1000도까지 치솟는 열 폭주 현상
전기차 화재 사건 33%, 주·정차 중에 발생
지하주차장, 소방차 진입 불리해 피해 키워

직장인 남모씨(29)는 지난 24일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을 지켜보다 전기차 구매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남씨는 “평소에도 전기차 관련 화재 기사를 보고 불안해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다”며 “이번에 발생한 배터리 공장 화재를 보고 불안한 마음이 더 커져서 전기차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다동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충전소 주위를 둘러봤으나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화재 진압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사진=심성아 기자]

서울 중구 다동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충전소 주위를 둘러봤으나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화재 진압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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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한모씨(56)도 뉴스로 공장 화재 사건을 접하고 문득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떠오르며 불안이 커졌다. 한씨는 “몇 년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충전이 완료된 지 한참 지났음에도 충전소 자리에 계속 주차해 두는 차량을 자주 봤다”며 “공장 화재 CCTV 영상에서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걸 보고 전기자동차도 충전소에 그대로 방치하다가 자칫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최근 아리셀 공장 화재로 인해 리튬의 위험성이 화두에 올랐다. 리튬은 카메라나 노트북, 컴퓨터 등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차가 상용화하면서 ‘하얀 석유’라고 불릴 정도로 리튬 수요가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등록된 전국 전기차는 총 59만1597대로 집계됐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 중 약 18%가 충전 중에 발생했으며 약 33%가 주·정차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제주시 함덕읍 한 주택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나 완진까지 약 3시간 반이 소요됐다. 지난해 6월에는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 요금소에서 전기차가 톨게이트 충격 흡수대에 충돌한 지 3초 만에 차량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한 명의 동승자가 모두 차 안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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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 들어있는 배터리는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까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리튬은 화재 시 물로 진화하기 어려울뿐더러 가연성 가스를 발생시켜 위험성이 높다. 리튬이 물과 접촉할 경우 화학 반응 과정에서 생성된 기체가 팽창하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서 계속 열이 나고 있어 완진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아리셀 공장 화재도 완진까지 22시간여가 소요됐다.

전기차 화재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진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대응에는 질식소화 덮개, 이동식 수조, 상방 방사 관창 등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장비를 갖춘 소방관들의 신속한 현장 진입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지하 주차장은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불리해 진화 작업에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효율적인 전기차 화재 진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불이 날 경우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를 다 쓸 때까지 열 폭주 현상이 끝나길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85% 정도만 충전하고 급속 충전기 사용을 하지 않으면 화재를 99%까지 예방할 수 있다”며 “전기차를 되도록 지상에 주차하고 급속 충전보다 완속 충전기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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