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기', '청년과 고령자의 공존 필요', '고령화는 수준이 아닌 속도의 문제'.
합계출산율 0.7명의 인구 위기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국토교통 인구 대응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발족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협의체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래 정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꾸려졌다. 정부 부처 차원에서 인구 대응 협의체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환영사에서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아쉽게 보냈다"며 "그러나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장기적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와 인구구조 불균형 심화 등이 지역 생활 패턴, 주거 형태, 교통수요, 산업 경쟁력 등 국토교통의 핵심 분야에 급격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협의체에는 국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산업연구원, 서울연구원, 지방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전문가 44명이 참여한다. '2030 자문단'도 함께해 미래세대 의견을 반영한다. 국토부는 협의체 운영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가 국토교통 전 분야에 미치는 변화를 세밀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과제와 중점 추진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기조 발표에 나선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청년인구가 30년 후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다. 지역 빈곤화의 악순환과 주택시장의 공급주의 종언이 예상된다"며 "미래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29번째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3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2년 기준 1061만명이었던 청년 인구가 2052년 484만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인구 감소로 인해 228개 시·군·구로 구성된 기초행정구역 체제도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고령화의 수준보다 속도가 문제라는 의미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국토 공간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방 소멸은 빈집·폐교 등 국토 공간 곳곳에 천공 현상을 심화시키고, 의료·대중교통 등 생활 인프라 접근성도 떨어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인구 감소지역 중심으로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국토 공간 계획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인구구조 변화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생 정책과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결합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4개 분과(국토·도시, 주택·토지, 산업·일자리, 교통·네트워크)로 구분 운영된다. 분야별 분과장이 참여하는 총괄반에서 전체 방향을 조율하고, 국토연구원에서 연구 지원을 담당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저출생·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가운데 국토 공간의 변화, 주택 공급, 인프라 투자 등은 정책 대응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 시각에서 심도 있게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협의체 위원들이 실현 가능성 높은 창의적인 정책을 아낌없이 제안해주시길 바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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