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남 밀양시를 향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밀양은 성범죄 도시"라는 지역 혐오가 번지자 지자체장이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시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여성 혼자 여행하기 위험한 도시", "성범죄자들이 사는 곳" 등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게시되기도 했다.
29일 경찰청의 범죄 발생 지역별 통계를 살펴본 결과 '밀양시가 성범죄 도시'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했다. 2022년 기준 전국에서 성범죄(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기타강간강제추행등·성풍속범죄) 혐의로 형사입건된 사건 수는 4만5153건이다. 범죄분류별로 보면 ▲강간 5467건 ▲유사강간 947건 ▲강제추행 1만5864건 ▲기타강간강제추행 등 225건 ▲성풍속범죄 22650건 등이다.
이 중 밀양시는 ▲강간 6건 ▲유사강간 0건 ▲강제추행 23건 ▲기타강간강제추행등 1건 ▲성풍속범죄 27건 등으로 총 57건을 접수했다. 같은 기간 밀양시가 속한 경남도는 총 1945건이었다. 반면 인구수가 많은 서울과 경기가 각각 1만736건, 1만565건으로 성범죄 사건 1만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역별로 인구수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 비율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찰청 범죄 지표로 많이 사용되는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비율'을 성범죄로 국한해 직접 계산해본 결과, 밀양시는 57건이었다. 밀양시의 인구는 약 10만명이다. 전국 평균이 87건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밀양시가 속한 경남도의 경우에도 59건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광역 지자체 중에는 인구 10만명당 성범죄 발생 비율이 100건을 넘는 곳도 있다. 2022년 기준 인구 942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시의 같은 해 성범죄 사건 수는 1만736건으로, 10만명당 성범죄 발생 비율은 114건에 달한다. 뒤이어 ▲제주 105건(인구 67만명·702건) ▲대전 102건(인구 144만명·1469건) ▲인천 100건(인구 296만명·2954건) 순이다.
성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경기 화성시 역시 평균보다 낮은 편이었다. 화성시는 일명 '수원 발발이' 사건의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구 10만명당 성범죄 발생 비율은 60건(인구 91만명·546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거주했던 경기 안산시와 경기 수원시는 각각 114건(인구 64만명·732건)과 101건(인구 119만명·1212건)으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 지역에서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중학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 중 10명만이 기소됐고, 이 중 7명만 구속됐다. 소년원으로 보내진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20년이 지난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당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현재 시민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듯, 다른 사건 역시 공론화되지 못하고 묻혔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사건 당시 가해자 지인 등 일부 지역주민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및 가해자 비호를 했다고 알려져 지역사회 전체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밀양시는 공식 사과에 나섰다. 지난 25일 안병구 밀양시장은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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