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에선 새로운 법 제정은 신중해야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자율규제는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 경쟁촉진법),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등 입법은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나 배달비 등 플랫폼의 갑을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자율규제에 맡긴다고 했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이슈에 속하나,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 문제는 배달 플랫폼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자영업자와 플랫폼 양측에서 양보가 어려운 부분"이라며 "아마 플랫폼 사에선 현재 수수료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므로 자율규제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현재 높은 수수료 등은 플랫폼과 점주 간의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플랫폼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경쟁촉진법과는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 관계에 있는 플랫폼의 영업을 어렵게 하는 식으로 경쟁을 막지 못하도록 논의되는 법률"이라며 "플랫폼의 수수료 및 배달비 분담 문제와는 애당초 추구하는 목적과 규제 수단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온플법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이 교수는 "온플법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 즉 이미 규정돼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들을 플랫폼에 맞게 조금씩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며 "수수료와 배달비를 몇 대 몇으로 분담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모든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배달 플랫폼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온플법은 모든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의 불공정 거래를 기술하는 법률로서 배달비에 관한 특수한 규정을 넣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온플법 역시 상당히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조항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의 공정거래법과 비슷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법 제정이 배달 플랫폼들의 자정 능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 교수는 "배달 플랫폼과 점주 간의 거래 관계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유형으로, 여러 가지 역학 관계가 발생하며 새로운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스스로 해결될 수도 있다"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지 않고, 과거의 전형적인 관계에서 나온 법을 그대로 적용해 버리면 자정 능력 자체가 크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공정거래법을 활용하는 방안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법 이상의 유연한 법이 나올 수 없다. 앞으로 플랫폼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이상한 형태가 나오더라도 다툴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배달 플랫폼이 점주에게 몇 프로 이상의 비용을 전가해선 안 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순 없겠지만, 예컨대 80% 이상을 전가했으면 너무 과도하다는 식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조항을 갖고도 규제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정거래법의 법률상 한계로 플랫폼 규제할 수 없단 사례는 들어보질 못했다"며 "유일한 문제점이 법 시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규정하는 시장 거래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창출 기회와 거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맞는 규율 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규제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며 사각지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으로도 규제는 할 수 있겠으나, 플랫폼의 중개 거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게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의해서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작다"며 "양면 효과나 고착효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불공정 행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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