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글로벌 경쟁력 갖춘 게임스타트업에 투자"

박상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 인터뷰
"모바일 플랫폼 막바지… 내수에만 의존 한계"
"스타트업, 해외 퍼블리싱 능력 갖춰야"

"게임은 '글로벌 원 랭귀지(언어·language)'다. 다른 부문보다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기 좋다. 한국이 전 세계 4위의 시장인 점도 큰 무기가 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결성한 8600억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부문 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같은 해 말 게임·콘텐츠 부문 강화를 위해 한국투자파트너스 출신인 박상호 전무를 전격 영입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박 전무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이 후기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해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상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 사진=김대현 기자 kdh@

박상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 사진=김대현 기자 k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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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플랫폼 막바지…해외투자 전략 활용"

박 전무의 첫 근무지는 NHN이었다. 게임 발굴과 퍼블리싱 과정에서 여러 게임 스타트업을 만나게 됐고, 창업투자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 2012년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전문 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겨 게임 섹터 투자를 담당했다.


게임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활성화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박 전무는 "과거 PC게임 시절엔 영화처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식의 투자가 많았다. 게임 CD 한장 가격에 따라 총수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활성화됐다.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 게임을 접하는 것은 공짜가 됐지만, 아이템 등을 통해 매출 제한을 없애면서 사모형 투자가 발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스마트폰 게임 플랫폼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거쳐 최근 2년간 투자가 다소 얼어붙었다"며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표적화 광고가 어려워져 유저 한명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데 드는 비용도 늘었다"고 짚었다. 또한 "플랫폼이 후기로 갈수록 나타나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인기 있는 웹툰·캐릭터 등 지식재산권(IP)을 갖다 쓰는 게임이 넘쳐나는 것"이라며 "익숙한 IP를 활용하면 유저 획득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심 투자 전략으로는 '해외 비중 확대'를 꼽았다. 그는 "모바일 게임의 제국인 핀란드의 인구는 550만명뿐이다. 한국은 내수가 커서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게임·콘텐츠 부문은 다른 부문 대비 해외 투자가 용이하다. 한국 게임 시장이 크다 보니까 해외 게임을 들여올 때 이점도 크다"고 분석했다.


게임 인수합병(M&A)도 최근 업계 트렌드라고 전했다. 박 전무는 "큰 게임사도 잘 나가는 게임을 항상 만들 수는 없다"며 "다른 회사의 잘된 게임을 사 와야 한다. 세계적으로 기사화되는 M&A 건수만 1년에 100건 이상이다. 200조원이 넘는 시장인 만큼, 글로벌 VC 간 네트워킹도 끈끈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서비스 역량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

이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 역시 '해외 경쟁력'을 주된 지표로 삼는다. 박 전무는 "조건은 셀프 퍼블리싱을 하는지, 해외 경험이 확실한지, 퍼포먼스 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모바일 게임은 PC·콘솔과 달리 출시 이후에도 업데이트 등 효율적인 '라이브 오퍼레이션(운영)'이 필요하다. 라이브오퍼레이션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올해 하이퍼 캐주얼 게임 퍼블리셔인 '먼데이오프'에 후속투자를 단행했다. 2022년 시리즈A 투자 때도 리드투자사로 참여한 바 있다. 박 전무는 먼데이오프와 관련해 "국내에서 드물게 글로벌 서비스 역량 가진 젊은 팀"이라며 "준비 중인 신규 작품에 대한 초기 성과 지표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브이에이게임즈'도 투자를 진행했다. 서브컬처 장르(팬덤형 게임)로 만들어진 '아우터플레인'은 최근 퍼블리싱 이후 일본에서도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목하는 시장으로는 ▲튀르키예 ▲핀란드 ▲이스라엘 ▲키프로스 등을 꼽았다. 그는 "튀르키예는 기본적으로 퍼즐·매치 게임을 제일 잘 만드는 국가다. 현지 인력들이 퍼즐 맵 개발을 잘할뿐더러, 인건비 면에서도 운용 효율성이 좋다"며 "전통적으로 모바일 게임의 제국인 핀란드도 계속 주목하고 있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와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슈퍼셀' 등이 있는 곳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 전무는 "게임 밸류체인에 포함된 인프라 역시 투자 대상이다. 게임을 멈춰야 하는 배너광고 대신 소리로 제품을 홍보하는 '인게임 오디오 광고'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관련 애드테크 회사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게임 콘텐츠뿐만 아니라 웹툰, 버추얼 유튜버 등 엔터테인먼트 투자도 확대하겠다. 이를 위한 인력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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