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다시 추진하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때 족쇄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형 플랫폼뿐 아니라 벤처·스타트업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디지털경제연합은 여의도 FKI타워에서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 방향은'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플랫폼 규제 입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대표 발의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처음으로 나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민주당은 당론 차원에서 온플법 추진도 공식화했다.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온플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총매출액 5000억원 이상인 사업자나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한 금액이 3조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한다.
▲거래 규모가 큰 일부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정보교류차단장치, 이른바 차이니즈월(Chinese wall) 설치 의무 도입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기준 정립 ▲사업자 간 분쟁 해결 제도 및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처리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 등 공정거래 질서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발 플랫폼 규제가 다시 시작되면서 학계와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냈다. 플랫폼 산업과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규제는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플랫폼은 산업 특성상 시장에 먼저 진입한 기업이 소비자 선택을 받아 소수 기업이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선택이 독과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대호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과 교수는 "기업이 독점력을 가지면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는 플랫폼 규제의 전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거대언어모델(LLM)이 큰 플랫폼의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독과점의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이 크지만 자국 플랫폼이 없는 유럽연합(EU)이나 자국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한 인도에서 플랫폼 규제를 추진한 논리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승혜 디지털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에는 토종 플랫폼이 있을 뿐 아니라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경쟁 시장"이라며 "글로벌에서 플랫폼 규제를 만드는 것을 추세라고 보고 법안 제정의 근거로 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산업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입법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플랫폼 경제에 속한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목소리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플랫폼 기업 성장의 캡을 씌우고 한국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며 "이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M&A)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국내 플랫폼을 해외로 나가라고 등 떠미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올 초 플랫폼 관련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었다. 이들 기업의 68.7%가 플랫폼 규제를 반대하는 등 플랫폼 규제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겠다는 입법 명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수많은 계층이 있는 플랫폼을 아우를 수 없다면 정책 수단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한번 규제 대못을 박으면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