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지도 않은 당근 상했다며 환불요구…너무 분해 잠도 못 잤어요"

"당근 빼달라" 요청한 고객…돌연 환불 요구
점주 항의에도 배달앱 측은 손님에 전액 환불
음식 수거 거부한 손님…전화통화도 '안 받아요'

닭볶음탕을 배달 주문한 손님이 식재료가 상했다며 환불을 요구했는데, 알고 보니 해당 식재료는 요리에 들어가지도 않아 황당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해당 업주는 "손님이 주문을 취소해서 결과적으로는 0원을 벌었다. 재룟값을 빼면 마이너스다. 이런 손님이 많아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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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역대급 배달 거지와 모른 체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17일 13시 기준 조회수 1만4000회, 추천수 600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자신을 닭볶음탕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배달 주문을 마치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배달앱 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주문한 음식을 받은 고객이 '음식 안에 당근이 상했다'며 못 먹겠다고 배달 앱에 항의했다고 한다"며 "당근은 상하면 바로 물러버리기 때문에 조리 전에 무조건 알 수밖에 없다. 상한 사진을 보내주기 전까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으나 손님은 끝까지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달 앱 측에서 주문 취소를 해서, 해당 손님은 금액을 전액 환불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의 연락을 받은 이후 A씨가 다시 확인해 보니, 해당 손님은 요청사항에 당근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A씨는 "요청사항에 '당근 빼 주세요'라고 적혀 있어서 그 주문 건에 대해서는 당근을 아예 넣지도 않았다"며 "너무 화가 나서 배달 앱 측에 전화해서 '당근을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배달 앱 측은 '본인들은 중개하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을 들어줘야 한다'면서 해당 고객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말밖에 안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달 앱 측에) 고객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전화도 안 받는다고 한다"라며 "도깨비 장난질도 아니고, 음식에 들어있지 않은 재료가 상했다고 이걸 주문 취소 해주는 게 맞는 거냐. 열받아서 잠도 못 잤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요청사항 세 번 확인했는데…손님이 음식 수거 거부했다"
'당근이 상했다'며 환불을 요구한 고객의 요청사항. '당근을 빼 달라'고 적혀있다. A씨는 해당 요청사항을 세 번 넘게 확인하고, 뺀 당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 제공]

'당근이 상했다'며 환불을 요구한 고객의 요청사항. '당근을 빼 달라'고 적혀있다. A씨는 해당 요청사항을 세 번 넘게 확인하고, 뺀 당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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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손님이 특정 식재료를 빼달라는 요청 사항을 적으면 총 3번을 확인한다. 해당 손님이 '당근을 빼달라'고 요구해서 제가 직접 당근을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난다"며 "처음 배달 앱 측에서 항의 전화가 왔을 때, 제가 피해를 보더라도 사실 확인을 하고자 배달 기사를 불러 손님이 썩은 당근이 들어갔다고 주장한 닭볶음탕을 다시금 가져오려 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손님이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취소 처리를 하기도 전에 배달앱 측에서 취소 처리를 해 버렸다. 들어가 있지 않은 식재료를 상했다고 주장한 손님은 전액을 환불받았고, 저는 0원을 벌었다. 재룟값까지 하면 마이너스인 셈이다"라며 "배달 앱 상담사들은 최대한 빨리 사고를 해결해야 하기에 자영업자들이 항의하면 최대한 대충대충, 빠르게 넘어가려 한다. 오히려 자영업자들이 상담사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렇게 사건을 공론화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자영업자가 이런 손님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서다. 저도 한 달에 한 번은 이런 일이 꾸준히 있어왔다"며 "들어있지도 않은 식재료를 상했다고 주장하는 등 일부 몰상식한 손님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배달앱 측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기도 머리 좀 써가며 쳐야 한다", "세상에 돈도 없으면서 염치도 같이 없는 인간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자영업자가 무슨 힘이 있나요", "상습범인 것 같은데", "배달앱 측에서 저런 고객은 좀 막아줘야지, 오히려 자영업자 탓을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라는 누리꾼 B씨는 "저도 음식점을 해서 잘 아는데, 고객이 고객센터를 통해서 환불받는 것은 무조건 고객 편이다. 증거가 있다면 무조건 경찰서 가서 고소해라"라며 "고소는 고객정보를 몰라도 가능하다. 경찰이 알아서 배달 앱 측과 통화한다"고 조언했다.


점주 보호 시스템 만든 배달앱…점주들은 "역부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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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배달앱 시장 경쟁이 과열되자 한 배달앱 측은 고객이 ▲불만족스러운 음식 상태 ▲요청 사항 미반영 등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할 시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컨슈머들은 이같은 환불 정책을 악용하고 있다. 배달 업체들은 나름의 점주 보호 시스템을 마련하여 블랙 컨슈머 근절에 나서고 있는데, 대표적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은 2020년 2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 계약을 체결해 리뷰·별점 제도를 개선했다. 또한 환불 제도에서도 고객과 점주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하며 블랙컨슈머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영업자 C씨는 "배달앱에 악성 후기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30일간의 블라인드 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삭제 처리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며 "후기를 삭제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권리침해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실효성이 없다. 하루빨리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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