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20%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녀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비수도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과거 남아선호사상 등의 영향으로 남아 출생이 여아 출생보다 많은 상황이 오래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17일 발표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449호) '한국의 출생성비 불균형과 결혼 성비'를 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미혼 남성은 미혼 여성보다 19.6%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가능한 많은 미혼 남녀가 매칭되더라도 남성 미혼 인구가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다. 인구학적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결혼하기에 불리한 구조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불균형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졌다. 미혼 남성의 과잉 비율은 경북(34.9%), 경남(33.2%), 충북(31.7%)에서 30%를 넘었다. 반면 서울은 2.5%로 평균보다 낮았으며, 부산도 16.2%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결혼 성비의 불균형은 남녀 간 미혼율의 차이로도 나타났다. 2020년 시점에서 1985년생(당시 35세)의 미혼율은 남성 46.5%, 여성 29.1%로 남성이 여성보다 17.4%포인트 높았다.
미혼 남녀의 성비 불균형이 이처럼 큰 것은 남아 출생이 여아 출생보다 많은 상황이 30년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의미하는 출생성비는 103∼107명을 정상범위로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출생성비는 1970년대부터 자연성비를 초과하기 시작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큰 격차를 유지했다.
남아 출생이 많았던 이유로는 남아선호사상,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자녀의 성 선택 욕구 증가(가족계획사업), 초음파 검사 등 자녀의 성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공급 등이 꼽혔다. 자연성비 범위 안으로 다시 출생성비가 들어온 건 2007년 이후부터이다.
이에 따라 결혼 성비 불균형이 1990년대 초반 나타났고,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불균형이 더욱 악화했다. 보고서는 "1970년부터 30년 이상 출생성비가 자연성비를 넘어서는 수준이 지속됐다"며 "이들이 재생산 연령대에 접어들었을 때 결혼 성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혼 성비의 불균형이 특히 심각한 지역은 1980~1990년대 출생성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불균형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통계청이 3월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1.0%(2000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이후 11년 연속 줄어들다 소폭 늘어난 결과인데, 이는 코로나19로 미뤄왔던 결혼이 지난해 1분기에 몰린 영향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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