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핵전력 증강 흐름이 확인되는 가운데 중국이 2030년까지 미국 혹은 러시아만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날 연례 보고서 'SIPRI Yearbook 2024'에서 "중국이 상당한(significant) 핵 확장력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향후 군사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적어도 2030년까지는 러시아나 미국만큼 많은 ICBM을 보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SIPRI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지난해 410기에서 올해 1월 기준 500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당시 미 국방부는 "중국이 지난해 5월까지 운용 가능한 핵탄두 500기를 보유했으며, 기존의 예상을 벗어나는 핵전력 확장 속도로 2030년에는 핵탄두 보유량이 1000기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현재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미국(3708기)과 러시아(4380기)에 아직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SIPRI는 중국의 핵전력이 증가 추세인 점에 초점을 뒀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핵탄두 보유량이 현상 유지거나 감소했지만, 중국은 90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핵 프로젝트 책임자인 한스 크리스텐센 SIPRI 선임 연구원은 "거의 모든 핵보유국이 핵전력을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거나 이미 상당한 추진을 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핵무기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이 핵전력 증강에 나서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 확산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IPRI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 군비 경쟁을 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담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핵무장 국가들이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개발 및 배치하던 흐름을 역전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전문가 퉁 자오는 "최근 핵 군비 증강에 관한 중국의 태도 변화 원인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중국의 핵 확장은 명확하게 정의된 군사 목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력으로부터 중국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댄 스미스 SIPRI 국장은 "냉전 시대 무기가 점진적으로 해체되면서 전 세계 핵탄두 총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운용 가능한 핵탄두 수는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또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2024년 1월 기준 전 세계 핵탄두는 총 1만2121기로 이중 퇴역 무기를 제외한 9585기가 군사 목적으로 비축·운용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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