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우리 증시를 이끌 주도주로 반도체를 꼽았다. 고환율과 수출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올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레벨업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했다. 또 3분기까지는 증시의 상승 추세를 염두에 둔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나, 4분기부턴 경기 둔화, 금리 하락 흐름에 초점을 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는 하반기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산업의 고성장세 지속이라는 내러티브와 실제 이익 가시성이 높은 반도체주가 하반기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이외에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화장품과 자동차, 음식료, 헬스케어 등도 유망업종으로 꼽혔다. KB증권은 경기민감주와 소비민감주가 장을 이끌다가 점차 소비·경기민감주와 테마주의 순환매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은 3분기는 경기방어주가, 4분기는 이차전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국내 기업 실적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수요가 유지된다면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효과로 코스피 실적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가격 효과(반도체 가격 상승) 주도로 코스피 실적 전망치가 상승하면서 2024년 순이익 증가율 50%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며 "하반기 매출 성장이 이익 개선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며 수출주가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대비 하반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학, IT하드웨어, 건강관리, 조선, 미디어·교육, IT가전, 반도체 등이 하반기 실적 레벨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환율, 수출 개선 등으로 괜찮을 것"이라며 "내년 이익전망치 하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종별 실적 성적표는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전력기기, K뷰티는 양호하고 자동차는 견고할 듯하나, 나머지는 대체로 부진할 전망이며 현재 예상치 대비 하향 조정이 상당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기업은 IT, 유틸리티, 음식료, 자동차 등의 이익이 상향 조정되면서 전체 이익을 높이고 있다"며 "반면 중국 투자와 관련된 철강, 화학 등은 업황이 부진해 이익 상승폭 축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이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3분기까지는 이익전망치가 양호하게 유지될 전망"이라며 "금액 기준 이익 규모의 성장은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속될 것이지만, 분기 기준 이익 증감률은 2분기 고점을 찍고, 모멘텀은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수출 호조세로 인한 성장세가 둔화하면 국내 증시의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형 센터장은 "코스피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은 올해 65.8%, 내년도 22.2%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지만 미국 대선 이후 나타나는 미국의 정책 변화, 중금리 및 중물가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파급 효과 가능성 등을 고려 시 4분기~내년 1분기 중 이익 성장률 피크아웃 우려가 연말 증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열어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한국 수출의 피크아웃 시점이 주식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으며, 시점은 3분기 말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3분기엔 수출주 위주로 대응을 하되 4분기부턴 변동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형 센터장은 "코스피 소외 현상 해소가 예상되는 3분기에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 중심으로 대응하고 4분기에는 대선 불확실성, 이익 피크아웃 우려 등을 대비해 변동성 관리(위험관리)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회복 및 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 이후의 시황과 한미 2025년 경기 둔화에 앞선 피크아웃 리스크를 고려해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고려해 업종을 선별한 뒤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종우 센터장은 "금리 인하 기대가 잔존하나 시장금리는 여전히 높은 레벨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에서 고금리를 극복할 수 있는 업종의 선별 투자 필요하다"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같이 고려하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COE)을 상회하는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업종으로는 반도체, 유틸리티, 음식료, 자동차, 화장품 등을 꼽았다.
새로운 AI 수혜 업종이나 유망 중소형 주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태봉 센터장은 "미국 대선까지 어차피 지수는 박스권"이라며 "주도주가 더 가기보다는 순환매 장세가 예상되며 밸류에이션과 실적은 괜찮지만 덜 오른 종목, 글로벌 소비 개선 수혜주, 새로운 AI 수혜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영일 센터장은 "3분기까지는 증시의 상승 추세 연장을 염두에 둔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4분기부터 경기둔화, 금리하락 사이클에 초점을 둔 투자전략이 필요하고 대형주보다는 유망 중소형주 발굴이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한편 미국 시장은 하반기에도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빅테크 업종의 주가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봤다.
오태동 센터장은 "강달러, 고금리 국면의 지속은 결국 미국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 주식시장의 견조한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특히 기업 실적 개선은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 기업이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조정 시 빅테크 업종 중심의 분할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하반기 S&P500 실적 증가율이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실적 증가율이 높은 업종 중심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국 펀더멘털 대비 주가 상승 속도가 높은 고평가 종목보다는 펀더멘털이 견조한 미국과 한국 가치주 투자를 추천하고 이 밖에 달러 자산 보유를 통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박희찬 센터장은 "미국 빅테크, 인도 등을 중심으로 압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