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보험사 특허권'이라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취득을 통해 브랜딩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 요양, 치매 등을 테마로 한 창의적인 상품을 선보이면서 아이덴티티 확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시책을 제시하거나 환급률을 강조한 불합리한 상품으로 출혈경쟁을 하는 것보다 독창성 있는 상품개발로 각사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타적사용권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자체 심사를 거쳐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독점적인 판매 권한을 주는 제도다.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상품을 내놓을 경우, 그 독창성 등 인정해 일정 기간 독점 판매권을 부여한다. 각 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심의하며, 80점 이상을 부여한 위원이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배타적사용권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14일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각 보험사가 신청한 배타적사용권 건수는 생보사의 경우 4건, 손보사의 경우 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청한 6건 중 4건이 통과된 손해보험사와 달리, 생명보험사의 경우 4건의 신청이 모두 지난 3주 동안 이뤄져 아직 심의가 완료된 곳은 없다. 신청부터 취득까지는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감독당국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생보사 먹거리인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팔지 어려워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으로, 지난 13일 '급여 비유전성유전자검사보장특약 무배당' 등 2종에 대해 신청했다. 라이나생명도 지난 10일 '무배당 다이나믹건강OK보험' 상품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는데, 2019년 이후 5년 만의 신청이다.
다만 이같은 배타적사용권은 보통 3~6개월 정도만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더 크다. 예를 들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나채범 대표 취임 후 '여성 특화 보험사'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여성 특화보험을 내놨다. 지난 1월 출시한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으로 올해 첫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했다. 이는 차병원과 협력해 만든 상품으로, 유방암(수용체 타입) 진단비 특약과 출산장려 가입력 보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손보는 해당 상품 판매가 실적 확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면서, 여심(女心) 공략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손보에 따르면 지난 7월 상품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쌓인 누적 원수보험료는 782억원에 달한다. 이에 한화손보는 최근 ‘유방암 예후 예측 검사비 특약’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을 추가적으로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KDB생명의 경우에도 지난해 치매 관련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특약상품이 두 건 있다. KDB생명은 올해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치매 분야로 전문화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이는 지난해 임승태 사장이 취임하면서 '대중화된 질병'에 대한 상품에 관해 전사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에 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생보업계에서 처음으로 요양사업에 진출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KB라이프도 지난달 'KB 골든라이프케어 종신보험 무배당'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해당 상품은 종신상품을 요양사업과 결부시키는 서비스다. 구체적으로는 상품 가입자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후 요양시설 입소가 필요해지면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고 있는 노인 요양시설에 우선 입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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