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인 ‘126% 룰’은 공시가격의 126%까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HUG가 대신 돌려준 뒤 추후 집주인에게 받아내는 제도다. 전세가 기준으로 수도권은 7억원 이하, 이 외 지역은 5억원 이하면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HUG가 전세 보증금 반환을 책임지기 때문에 전세 사기를 당해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지자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공시가 적용 비율을 150%에서 140%로 강화하고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의 한도가 공시가격 ‘150%’에서 ‘126%’로 낮춰졌다.
공시가격이 1억5000만원으로 책정된 A빌라를 예를 들어 보자. 이 빌라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한도를 예전 규정에 따라 계산해 본다면 ‘1억5000만원×150%×100%’의 수식에 따라 가입 상한선은 2억2500만원으로 나온다. 반면 바뀐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상한선은 공시가의 126%인 1억8900만원(1억5000만원×140%×90%)으로 낮아진다. 이는 2억2500만원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었던 A빌라의 보증이 이제는 1억8900만원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통상 HUG의 반환보증 가입 상한선이 '전세가 상한선'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A빌라의 전세 최상단이 1억8900만원까지 낮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세 상한선이 낮아졌다면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 부담금이 준다는 이점이 있다. 또 보증상품에 가입된 상품인 만큼 전세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하지만 HUG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가격이 해당 주택 전셋값의 최상단이 되면서 작년 5월 전 공시가의 150%로 보증상품에 가입한 임차인의 재계약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게 문제다. 임대인이 전셋값을 낮추지 않는 한 보증을 새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보증 상한액이 기존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올해 빌라 공시가격이 대부분 떨어지면서 보증 한도가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도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이어지면서 빌라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세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로 이같은 문제가 생기자 정부는 공시가격과 함께 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을 빌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집값 산정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에 담긴 전세·임대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개편 방안을 보면 기존 ‘126% 룰’은 그대로 유지되나 집주인이 집값에 비해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의를 신청하고, HUG가 이의를 인정한다면 감정평가액을 적용해 집값을 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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