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 업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LS전선과 대한전선 사이에 기술 유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13일 아시아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A건축사사무소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해당 사무소는 2008~2022년 LS전선의 고전압해저케이블(HVDC) 공장의 건축 설계를 담당해오다 LS전선의 경쟁사인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 참여했다. 이 공장은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단지 고대지구에 세워졌고 지난 3일부터 가동됐다. 경찰은 이 건축사사무소가 LS전선 공장의 건축을 설계할 때 확보한 해저 케이블 관련 기술들을 대한전선의 공장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5월 이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거쳐 최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사사무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저 케이블은 통신, 전기를 전송하기 위해 바다 아래로 놓는 케이블이다. 이를 높은 전압으로 만든 것이 HVDC다. 전압이 높을수록 전달할 수 있는 전력량은 많아진다. 해저 케이블은 최근 해상풍력발전의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상 풍력, 조류 발전을 통해 확보한 청정에너지를 육지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 기업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북미 고전압 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평균 5.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LS전선, 대한전선 등 우리 기업들도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기업들의 민감도가 올라가면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을 길게 만들면 최장 80㎞까지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을 감아서 보관하고, 육지까지 운반하는 과정 전부가 하나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해저 케이블 기술 유출 여부를 가늠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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