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막차 탔지만…MS·삼성 주도권 더 세질 듯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
경쟁사 기능과 유사…적용 시기도 늦어
MS·구글·삼성전자 등 주도권 강화될 듯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새로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뒤늦게 승부수를 던졌다. 혁신의 아이콘인 만큼 세간의 기대를 모았지만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이미 선보인 기능이라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를 개최하고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롯한 새 AI 기능을 소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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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 전반에 도입하는 자체 AI 시스템이다. 이용자 스케줄 관리를 비롯해 이메일 분류 및 작성, 텍스트 분석, 데이터 작업 등을 AI에 맡길 수 있다. AI가 일부 사진을 보고 원본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스스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애니메니션을 만들 수 있다.

이목을 집중시켰던 행사지만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행사 전날 외신 보도로 대부분의 기능이 외부에 유출돼 김을 뺐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능은 없었기 때문이다. PC에서 생성형 AI가 업무 보조를 해주는 기능은 MS나 구글이 각각 ‘코파일럿’ ‘제미나이’를 통해 일찌감치 선보인 것이다. 스마트폰에 적용한 AI도 삼성전자, 구글의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픈AI와 손을 잡았지만 오히려 애플의 기술력이 열세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자체 모델로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4o’가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에 도입된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연말부터 챗GPT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일부 기능은 내년에 제공된다.


애플은 향후 다른 AI 모델도 도입할 것이라며 오픈AI가 여러 파트너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WWDC 현장 맨 앞줄에 앉아 발표 방송을 시청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폐쇄적인 애플이 오픈AI와 손을 잡은 것 자체가 독자 기술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적용 시기도 경쟁사보다 늦다. 애플은 올가을 미국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영어 버전을 베타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 다른 국가와 다른 언어 지원은 내년부터다. MS나 구글보다 1년가량 늦은 시점이다. 오픈AI가 몇 개월 간격으로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와 새 AI 모델 ‘GPT-4o’를 공개하는 등 빠른 기술 속도를 고려하면 격차가 큰 셈이다.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듯 애플은 개인화 서비스와 보안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보 유출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리에 "동생의 비행 도착 시간을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이메일에 있는 항공편 정보에 기반해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공항에 마중 가는 일정을 추가하라고 지시하면 이를 개인 일정에 넣어준다. 이용자의 ‘개인적 맥락(Personal Context)’을 이해해야 쓸모있는 AI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활용으로 인한 보안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선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을 꺼내 들었다. 애플의 AI 반도체가 탑재된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고객 데이터를 여기서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완전히 비공개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해당 정보에 액세스해 사용자가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AI"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애플이 여전히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맥으로 이어지는 디바이스를 통해 개인 정보를 확보한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AI를 킬러 서비스로 제공하면 디바이스에 이용자를 강력하게 ‘록인(lock-in)’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에 활성화된 애플 기기 22억대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기술 주도권을 가져오기보다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기존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방향을 택했다는 얘기다.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한 듯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WWDC 전날보다 1.91% 하락 마감했다. 반면 MS는 0.95%, 구글(알파벳)은 0.43% 상승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예상 가능한 발표였고 애플스럽게 AI 기능을 녹여냈다는 느낌"이라며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최근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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