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터뷰]정성장 "北, 확성기에 골치…절제된 대응 필요"

세종硏 한반도전략센터장, 남북 충돌 평가
"北, 확성기 확대되면 대단히 골치 아파져"
"위기 관리해야, 대북전단 자제 요청 필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우리 정부는 6년 만의 대북 확성기 재가동으로 맞불을 놨다. 그러나 북한은 9일 밤 재차 오물풍선을 띄웠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오물풍선 살포 직후 담화를 내고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 확성기 방송에 '원점 타격' 등 위협을 일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수위를 꽤 조절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한발 물러난 시점에서 절제된 대응으로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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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에 정부가 '대북 확성기'라는 강경책을 꺼냈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이다. 김여정의 담화를 보더라도 확성기 재가동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군사적 도발로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오물풍선 이상으로 선을 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이 확성기 방송 지역을 확대하면 북한으로서도 굉장히 골치 아픈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풍선에 '분변'을 담아 보낸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다소 감정적 대응이 아닐까 한다. 남측에서 김정은 정권을 자극하는 전단이 날아오니 감정적으로 행동을 취한 것 같다.


지난 8~9일 살포한 오물풍선에는 분변 대신 종잇장을 넣었다. 남측에서 나온 비판을 의식했다고 보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분변이라는 오물을 날리면서 북한의 이미지가 손상된 측면도 있지 않나. 북한 스스로도 더러운 분변을 풍선에 달기 위한 과정이 쉽진 않았을 거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걸 피하려 강도를 낮췄다고 볼 수도 있겠다.


9년 전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반발하며 '준전시 상태'를 선언했다. 이번에도 돌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나.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대응으로 우리가 확성기를 가동하자,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확성기를 겨냥해 고사총을 쐈다. 이번에도 유사한 위기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예컨대 확성기 방송이 계속 전면적으로 확대되면, 북한도 지금처럼 한발 물러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다. 오물풍선과 대북전단 살포, 다시 오물풍선 살포에 확성기 방송으로 서로 맞받아치면, 무력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북한이 휴전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합동참모본부는 대북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지역에서 실제훈련을 최근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는 대북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지역에서 실제훈련을 최근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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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표현의 자유' 존중 등 차원에서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에 '자제 요청'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국민이 자기 땅에 전단을 보내는 걸 막을 순 없다. 다만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전단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측면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과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임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 셈이다. 전단 살포를 막진 않더라도, 자제를 요청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도 나름 자제하는 모습이 보이고, 우리 역시 과거처럼 확성기를 늦은 시간까지 크게 가동하지 않는 절제된 형태로 응수했다. 앞으로도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단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쪽으로 유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북한이 더이상 오물풍선을 살포하지 않으면 우리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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