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를 일종의 놀이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활용해 대량으로 의류 등을 구매한 뒤 좋은 품질의 물건을 골라내는 쇼핑 방식이 이른바 '테무깡', '알리깡'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와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 테무깡과 알리깡을 검색하자 관련 영상 수백개가 검색됐다. 영상 대다수는 유튜버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배송된 택배 상자를 개봉한 뒤 물건 품질을 리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영상들은 명품 위주의 '언박싱(박스를 연다는 뜻으로 고가의 명품을 리뷰하는 형태)' 콘텐츠와 달리 저가 상품 리뷰와 재미에 중점을 뒀다는 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테무깡 영상 시청자들은 유튜버가 저가 상품을 대량 구매한 뒤 제품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면 웃어넘기는 모습에 더 환호를 보낸다. 예컨대 한 유튜버는 지난달 8일 테무에서 완제품인 줄 알고 구매한 진주 가방이 사실은 DIY(직접 제작) 제품이었다는 영상을 게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 몰이를 했다. 해당 영상은 영상 게시 후 약 한 달 만에 204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테무깡 영상이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으로 과시성 소비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어서다. 평소 테무깡 영상을 즐겨본다는 프리랜서 이소윤씨(27)는 "국내 쇼핑몰은 가격이 워낙 비싸니까 물건을 한번 살 때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하지만 테무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쇼핑에 실패해도 좋으니 마음껏 물건을 사보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MZ세대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과시성 소비를 위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소비자 5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가 전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소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2%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불만 접수나 피해 상담을 문의한 20대 비율은 18.9%에 그치며,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와 50대는 불만 접수를 한 비율이 전체의 각각 30.7%, 31.6%를 기록했다. MZ세대가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 품질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테무깡 열풍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MZ세대들이 저렴하게 과시 욕구를 해결하려는 데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간은 기능에 대한 소비 욕구뿐 아니라,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과시적 소비에 대한 욕구를 갖기도 한다"며 "그러나 경제적 상황이 여의찮다 보니, 고가 상품을 살 수 없어 싼 물건을 사들이고 놀이처럼 즐기는 문화가 유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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