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제7광구 탐사도 가능"‥탐해3호의 꿈

지질자원연구원 소속 해저자원 탐사선 탐해3호 취항
10년사이 건조된 전세계 관련 선박 중 최고 성능
석유 등 해저 자원 탐사 박차
7광구 탐사도 한일 합의만 이뤄지면 성과 나올 수도

"제7광구도 탐해3호로 탐사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탐사 준비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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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 앞바다에서 HJ중공업으로 항해 중이던 최첨단 3D/4D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에서 기자들에게 탐해3호에 대해 설명하는 김병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장의 말에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반도 인근 해역은 물론 전 세계 바다를 힘차게 누빌 최첨단 해저 탐사연구선 탐해3호를 통해 우리나라도 산유국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탐해3호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 포항 영일만항에서 취항식을 거치며 본격적인 연구 활동 항해를 시작했다. 이평구 지질가원연구원장은 취항식에서 “탐해3호를 통해 우리의 해저자원 탐사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과학기술 국가대표급 바다 위 연구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탐해3호는 대륙붕, 대양, 극지 등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해저 자원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6862톤 규모의 고기능 3D/4D 물리탐사연구선이다. 총사업비 1678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R&D 기반구축사업으로 2016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후 2021년 1월부터 HJ중공업에서 건조를 진행해 작년 7월 진수·명명식과 시운전을 거쳐 이날 공식 취항했다.


탐해3호는 1996년부터 27년간 활약했던 탐해2호와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탐사 성능을 자랑한다. 스트리머 원치, 에어건 원치, 탄성파 음원, 해저면 노드 탄성파 탐사시스템, P-케이블 탐사장비, 피스톤식 퇴적물 주상시료 채취기를 갖춘 탐해3호는 바닷속 해저지질을 정밀 분석해 자원, 특히 석유를 찾아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해양탄성파 탐사를 수행하고 있는 탐해3호의 모습.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양탄성파 탐사를 수행하고 있는 탐해3호의 모습.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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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해3호에는 기존 탐해2호 대비 탄성파 수신 스트리머는 8배, 강력한 압력파를 발생시키는 에어건 시스템은 1.5배 규모로 늘어났다. 해저면 바닥에 진수하여 파동을 기록하는 OBN(해저면 노드형 수진기) 장비도 400대나 장착했다.


최윤석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탐해3호의 탐사 범위를 서울 지도에 대입하면 마포대교에서 한남대교까지를 직선거리만큼의 지역을 분석할 수 있는 정도이다"라고 설명했다. 6km 길이의 스트리머 8개를 바다에 투입하면 여의도 면적의 1.5배, 축구장 590개 규모의 해저를 덮을 수 있다.

탐해3호는 쇄빙선은 아니지만 내빙(耐氷) 및 동적위치 제어기능을 탑재해 대양 및 극지방 등 극한 환경에서의 탐사도 가능하다. 김 본부장은 "탐해3호는 최근 10년 사이 진수한 전 세계 국가 소유 해저지질탐사선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확보했다. 다른 종합연구선과 비교해 탐사 장비 비율이 50%가량 월등히 높은, 말 그대로 바다 위 연구소"라고 강조했다.

탐해3호를 통해 가능해진 3차원 탄성파 탐사 결과물

탐해3호를 통해 가능해진 3차원 탄성파 탐사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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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해3호는 취항식에 앞서 기자들에게 속살을 공개했다. 부산항에서 선박을 통해 영도 주변을 따라 20여분간 달리니 바다 위에 정박 중인 탐해 3호를 만날 수 있었다.


'아'하는 탄식이 나올 만큼 육중한 모습이었다. 탐해3호는 독특한 외형이 두드러졌다. 보통의 선박들처럼 가늘고 길게가 아니라 배의 아랫부분이 크게 튀어나와 마치 두꺼비가 물속에서 떠 있는 듯했다. 이는 해저로 탄성파를 쏘아야 하는 해저지질 탐사에 특화한 설계다.


김 본부장은 탄성파를 쏘는 장비가 파도가 쳐도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모양의 디자인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한번 장비를 투입하면 일주일 정도는 탐사를 해야 하는 만큼 연료 효율을 위해서도 이런 모양이 적합하다.


선체 하부에는 탄성파를 쏘는 거대한 스트리머 장비가 가득했다. 이 장비를 배 뒤쪽 공간을 통해 바다로 내려보낸다. 선내에는 일반적인 배에서는 보기 힘든 높은 천장을 가진 상황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확보한 각종 탐사 정보를 관리하는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도 설치돼있다. 이를 인터넷을 통해 연구원으로 보내 분석해 해저에 있는 자원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탐해3호의 연구원이 탐사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탐해3호의 연구원이 탐사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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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해3호에 탑승할 지질연구원 직원은 "탐해 2호에 비해 공간이 커져 거주 환경이 좋아졌음은 물론 탐사와 연구 성능이 월등히 향상됐으며 안전도 강화됐다"며 만족해했다. 탐해 3호는 한번 출항 시 길게는 3개월까지도 항해를 하는 만큼 승조원들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안락한 침실과 식당, 휴게시설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탐해3호는 국내 대륙붕의 석유ㆍ가스자원 공동탐사, CCS 모니터링 탐사와 더불어 전 세계의 해저 자원 탐사, 해저 지질재해 요인 파악, 해저 지질정보 구축 등을 수행한다. 또한 북극자원 국제 공동탐사 등 탐사의 범위를 대폭 늘려갈 계획이다.


탐해3호의 첫 탐사는 서해 군산분지에서 6월부터 시작된다. 기후변화 저감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서해 군산분지에서 3D 탄성파 탐사를 수행하며 해저 CO2 유망저장소를 찾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다.


아울러 최근 태평양 공해상의 해저희토류 발견에 따라 2025년에는 태평양 전역 해저퇴적물의 희토류 매장 정보를 확보하고 희토류 자원개발을 위한 정밀탐사 후보지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지질조사국도 탐해3호와 공동연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김진호 탐사선건조사업단장은 “탐해3호는 최첨단 연구 장비시설을 갖춘 세계 최고수준의 물리탐사연구선이다”라고 밝히며,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해저 에너지자원 탐사뿐만 아니라 해양 지질·지형 연구, 해양 환경 변화 연구 등 다양한 연구 기능을 수행하며 많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탐해 3호에 승선하는 연구원이 상황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탐해 3호에 승선하는 연구원이 상황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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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탐해3호를 제 7광구 석유 탐사에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제 7광구는 수십년간 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향상된 탐사 능력을 고려하면 탐해3호를 투입해 도전할만하다"고 말했다.


제7광구는 1974년 체결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에 따라 한일공동탐사가 90년대까지 두 차례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1993년 양국이 조광권을 반납하고 사실상 탐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후 일본은 우리측의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25년 6월 이후에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이후에는 제7광구 탐사에 탐해3호를 사용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이용선 국회의원(민주)은 "제7광구를 탐사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있다면 일본에 요구해 공동 탐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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