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했다. 1심과 달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에 노 관장의 기여분이 있다며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김옥곤·이동현)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총액을 약 4조115억원으로 추산하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각각 65%, 35%로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소유한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돼 부부공동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며 “원고의 부친 최종현이 태평양 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최종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봤다.
위자료 산정에 대해서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 대해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88년 9월 결혼해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파경을 맞았다.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해 본격적인 법적 절차에 들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18년 2월 소송으로 번졌다. 이혼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반소)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노 관장의 청구를 받아들여 최 회장과 이혼하라고 판결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50%를 달라’라는 노 관장 측 재산분할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회사 주식의 형성과 유지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 요구액을 1조원대 주식에서 현금 2조원으로 변경하고, 위자료 청구 액수 또한 30억원으로 높였다.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훌륭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최 회장 측은 대리인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