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기존 징병제 부활 논의에서 후퇴해 자원입대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모병제 수정방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확대된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대응하려면 당장 병력을 크게 늘려야 하는데 징병제 없이는 병력 충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11년 징병제 폐지 이후 크게 낙후된 병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이전엔 지원병을 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슈피겔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집권 사회민주당(SPD) 회의에서 자원입대자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병역제도 개선안을 밝혔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해당 회의에서 자원입대자에게 운전면허 취득비용과 학자금 대출상환, 어학강좌 수강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앞서 피스토리우스 장관을 비롯해 독일 정부에서 검토 중이던 징병제 부활 논의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시대전환'을 선언하며 2011년 폐지한 징병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2017년 징병제를 재도입한 스웨덴의 사례를 연구해왔다. 스웨덴에서는 매해 18세 이상 남녀 10만명을 대상으로 체력검정 등을 통해 선발한 인원만 징병하는 선택적 징병제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징병제 부활 방안은 청년세대들의 반발과 집권 SPD 내에서의 이견충돌로 인해 그동안 계속 표류해왔다. 결정적으로 올라프 숄츠 총리도 최근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징병제 부활 논의는 정부 내에서 사그라들었다. 숄츠 총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징병제는 더 이상 효과가 없을 것이며 아무도 그런 계획을 추진하지 않는다"라며 "충분한 수의 남성과 여성이 군에 복무토록 설득하고 군인을 그들 직업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정도로 당장 필요한 병력을 충원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18만1000명 수준인 독일 연방군이 방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20만명 이상이 필요한 상황인데 2만명의 지원병을 단기간에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중도보수 성향의 기독사회당(CSU)의 청년조직 대표인 요하네스 빙켈은 "운전면허 보너스 정도로 국방력을 복원한다는 건 우스운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독일정부는 2015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당시 국방장관이 육아지원 및 재택근무 등을 인센티브로 내세워 입대를 독려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독일 연방하원 국방위원회의 에바 회글 의원은 슈피겔에 "독일 연방군 병영은 와이파이가 없고 샤워실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상태인데 과연 지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2022년 정부가 발표한 1억유로(약 1483억원)의 국방 특별기금이 투입된 것을 본 병사들은 한명도 없다. 독일군 병영 현대화까지는 반세기 이상 걸릴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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