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의료재단, 호반건설, 미래에셋증권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추진하던 위례신도시 대규모 의료복합타운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사업 부지 매입용 중도금을 납부하기 위해 토지대금(브리지론) 조달에 나섰는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악화와 의료 공백 등으로 대출 모집이 최종 성사되지 않았다. 컨소시엄이 토지매매 계약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지불한 토지 매입 계약금 약 320억원은 몰취됐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길병원·미래에셋 컨소시엄은 SH공사에 지급하기로 한 부지 매입 중도금을 최종적으로 납부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토지 매입 자금을 빌려줄 대주단을 모집해 왔으나, 자금 조달이 성사되지 않았다. 은행계 여신전문금융회사를 통해 선순위 26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으나, 미래에셋증권 주관으로 별도로 모집한 후순위 대출 450억원을 조성하지 못해 전체 대출 모집이 무산됐다.
브리지론이 무산된 것은 후순위 대출에 대한 보증(신용공여)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관사인 미래에셋 측이 사업주이자 시공사인 호반건설에 지급보증을 요청했으나, 호반 측은 부실 우려 때문에 보증을 설 수 없다면서 나서지 않았다. 길병원이 재무적 투자를 검토했으나, 의료 공백으로 유동성 상황이 악화하면서 발을 뺐다. 우리투자증권(전 우리종합금융)이 나서서 보증 없이 대출해 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으나, 이 또한 결국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은 이번 브리지론으로 1차 중도금 납부를 위해 빌린 대출을 상환하고 2차 중도금까지 납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금 조달 실패로 대출 상환에 실패하고 밀린 중도금도 기한 내에 지불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SH공사에 계약금으로 낸 320억원을 몰취 당하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SH공사와 토지 매입 계약을 하면서 중도금을 미납하면 납부한 중도금은 돌려주지만, 계약금은 SH공사가 계약 미이행을 이유로 몰취하게 돼 있다"면서 "컨소시엄은 협약에 따라 계약금을 반환받았지만, 길병원 및 호반건설 등 계약자들은 계약 조건상 되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례 의료복합타운은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거여동 272 일원에 4만4004㎡ 규모로 조성하는 최첨단 진료 시스템을 갖춘 대형병원 단지다. SH공사는 2021년 5월 미래에셋·길의료재단·호반건설·투게더홀딩스·랜드미 등 5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컨소시엄은 7월에 50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해 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인 ‘위례의료복합피에프브이(PFV)’를 설립했다. PFV에는 투게더홀딩스(39.1%), 미래에셋증권(17%), 호반건설(17%), 길의료재단(16.9%), 랜드미(10%)가 출자했다.
사업을 재개하려면 SH공사가 다시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 부지를 재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PF 시장이 불안정한 데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대형병원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PF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신규로 부지를 낙찰받아 의료복합타운 사업을 진행할 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발시장 위축에 의료 공백 등이 겹치면서 위례 초대형 의료복합단지 사업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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