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맞는 백신'으로 여겨져 온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을 남성까지 함께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접종함으로써 집단면역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남성 역시 HPV로 인한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남성에 대해서도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가다실9 국내 출시 9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가다실9 국내 출시 9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HPV 백신 접종은 HPV 감염에 의한 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남성의 암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HPV 백신 접종 대상을 남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다실 등의 HPV 백신은 현존하는 유일한 '암 예방'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은 HPV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 발생 암 중 5%는 HPV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로 인한 암인 만큼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백신을 사전에 접종하면 암까지 예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HPV로 인한 암은 여성들만 걸리는 자궁경부암, 질암 등이 대표적이다 보니 백신 접종 역시 세간의 인식과 국가 지원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만 집중돼 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단순히 성 매개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기 때문에 남녀 동시 접종이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넘어 최근 남성 역시 HPV로 인한 두경부암 발병이 급증하는 만큼 남녀를 가리지 않는 HPV 접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세영 교수는 "세계적으로 남성의 HPV 관련 암 및 질병은 증가추세이지만 HPV로 인한 남성의 질병 부담과 삶의 질 저하는 과소평가돼 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대표적인 남성 HPV 암인 구인두암이 정기 검진이나 진단이 어렵고, HPV로 인해 남성도 암에 걸린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등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남성 대상 HPV 백신 접종을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에게도 HPV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이 중 28개국은 9가 백신을 맞히고 있다. 이 교수는 “OECD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86개국이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며 “적극적인 HPV 예방이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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