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내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심의·승인하면서 27년 만의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대법원 재항고 심리, 일부 대학 학칙 개정안 부결 등을 이유로 들며 증원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교협은 24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올해 제2차 대입전형위원회를 열어 전국 39개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포함하면 내년 의대 모집인원은 4567명으로, 전년보다 1509명이 늘어나게 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교육부에서 결정한 정원 조정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입학)사정을 시행할지 입학전형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지역인재전형, 또 가급적이면 융통성 있게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중심으로 각 대학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 전원 찬성하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총 2000명가량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내년도 대학 입시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학들은 올해 입시에서 증원분 2000명 중 1509명만 모집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에 이미 발표한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변경사항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각 대학의 정시·수시모집 비율,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등 세부적인 내용을 이달 30일 발표하기로 했다. 각 대학은 이달 31일까지 이를 반영한 수시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대법원장님, 대법관님들께 드리는 요청'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에 "정부가 대법원 최종 결정 전까지 증원 시행 계획과 입시 요강 발표를 보류하도록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고법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2심에서 기각·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전의교협은 법원에 재항고를 요청했고, 21일 대법원은 심리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빠르게 돌입하면서 이달 중에 결정이 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학 내에서도 막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립대 9곳 중 4곳에서 학칙 개정이 부결 또는 보류된 상태다. 경북대는 전날 평의회에서 개정안 부결시켰다. 제주대도 같은 날 교수평의회를 열고 개정안을 재심의했으나 안건을 보류하기로 했다. 경상국립대와 전북대는 22일 각각 교수·대학평의원회와 교수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별 학칙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도 증원된 인원으로 내년도 대입 선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칙 개정안이 부결되더라도 고등교육법상 대학 총장에게 최종 권한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달 말까지 학칙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들엔 시정명령과 행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대법원 결정과 관련해서도 교육부는 입시 안정성 차원에서 관련 절차를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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