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3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급등하며 주가가 1000달러를 돌파했지만, 미국 산업활동의 견조한 확장으로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투심이 위축됐다. 미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5.78포인트(1.53%) 하락한 3만9065.2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9.17포인트(0.74%) 밀린 5267.8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5.51포인트(0.39%) 떨어진 1만6736.03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9.32% 뛴 1037.99달러에 마감하며 1000달러를 돌파, '천비디아'에 올랐다. 전날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공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260억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같은 기간 461% 늘어난 6.1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LSEG 전망치(매출 246억5000만달러·조정 EPS 5.59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른 반도체주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2.96% 내렸다. 인텔과 AMD는 각각 4.26%, 3.08% 하락했다. 보잉은 7.55% 떨어졌다.
미국의 제조업·서비스업을 아우르는 산업 활동이 이번 달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이 식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시장엔 반갑지 않은 신호라서다.
이날 S&P글로벌이 발표한 5월 미국 제조업·서비스업을 포괄한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4로 지난달 51.1에서 3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4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전문가 전망치(51.3) 역시 크게 웃돌았다.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종합 PMI가 54.4에 달한 것은 미 경제 확장 국면이 가속화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서비스업 경기가 강세를 보이며 종합 PMI 상승을 이끌었다. 이달 서비스업 PMI는 54.8로 지난달(51.3)과 시장 예상치(51.2)를 모두 상회했다. 제조업 PMI 역시 지난달(50)과 전문가 전망치(50) 둘 다 웃돈 50.9로 집계됐다.
S&P글로벌은 제조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탄력적인 수요는 인플레이션이 냉각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며 "이는 Fed가 금리를 더 오랫동안 더 높게 유지하려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시장도 견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발표된 지난주(5월12~18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5000건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22만건)를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22만3000건)를 밑도는 수준이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월5~11일 주간 179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 대비 8000건 늘었다.
전날 공개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도 금리 인상 기대감을 후퇴시켰다. 의사록에 따르면 Fed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Fed 목표치인 2%로 낮출 만큼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어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일부 당국자들은 상황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은 약화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51%가량 반영 중이다. 전날 58%, 일주일 전 68%에서 하락한 수준으로, 60% 이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국채 금리는 뛰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4.47%,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bp 오른 4.93%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국제유가는 고금리 장기화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에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7달러(0.9%) 내린 배럴당 76.87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0.54달러(0.7%) 하락한 81.36달러에 마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