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1000달러를 넘보고 시가총액은 무려 3조달러로 넘버원을 넘보는 엔비디아. 이 회사를 줄곧 이끌어온 젠슨 황의 어깨에는 엔비디아 로고를 그린 문신이 있다. 황은 2014년 10월 25일 엔비디아 게이밍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문신을 공개했다. 당시는 액면분할로 월요일 새로운 거래를 앞두고 주가 100달러 돌파를 기념해 임원들과 문신을 했다. 누군가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머리를 깎겠다, 염색하겠다, 모히칸 머리를 하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고 황은 문신을 택했다. 가족이 지켜본 가운데 문신을 했다. 황은 2017년 '포츤'과 인터뷰에서 문신 후일담을 알려줬다. "정말 미루고 싶었다. 아기처럼 울고 있었다. 아이들에 ‘아빠 참아요’라고 말했다." 황은 2023년 인터뷰에서는 "우아하게 늙고 싶다. 더 문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프다"고 했다.
주당 100달러였던 엔비디아 주식은 액면분할로 주당 4.62달러에 거래됐다. 당시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엔비디아 주식 215.45주를 살 수 있었다.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10분의 1의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주가는 주당 950달러 선이었다. 10년 전 1000달러를 들여 만약 215.45주를 샀다면 지금 가치는 20만달러로 200배다. 만약 황이 10년 전처럼 주가 1000달러에 뭘 하겠는가라고 했고 문신을 말했다면 온 몸에 문신을 새길만하다. 하지만 황의 과거 말대로라면 그에게 문신은 너무 아프고 아름답게 늙고 싶은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다.
자유분방한 미국이라도해도 유명 최고경영자(CEO)가 문신을 대놓고 홍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식적인 확인은 안되지만(보이지 않는 곳에서 할 수도 있지만) 현재 빅테크 또는 유명 기업을 이끄는 CEO 가운데 대놓고 문신을 자랑하는 이는 없다.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의 마크 저커버그, 알파벳(구글 모회사)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등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의 얼굴이나 기업로고를 문신으로 한 사람은 많아도 이들이 문신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는다.
문신으로 화제가 된 이는 더러 있다. 트위터(현 X) CEO였던 잭 도시는 왼쪽 팔뚝에 긴 S자형태의 큰 문신을 갖고 있다. 바이올린의 울림구멍인 에프홀(F hole), 미적분의 필수기호 등을 상징한다. 20대 시절 코에 피어싱을 했다가 기업체 재직시절에는 하지 않았다. 현재 자신의 X계정 프로필 사진은 피어싱을 한 사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문신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빌 게이츠의 팔뚝에 윈도 아이콘이 있을 수도 있고, 스티브 잡스의 어깨 뒤쪽에 애플 로고 중 하나가 있을 수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결코 볼 수 없는 "좋아요 아이콘"이 있는 페이스북의 테마를 했을 수도 있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핀테크회사 로켓(Rocket)의 킴아리 요웰도 흑인여성으로 최고경영진 중 하나였다. 그녀는 얼마전 회사의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드레스를 입고 나왔는데 팔, 어깨, 등에 문신이 있는 것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회사에서 눈에 보이는 문신을 금지하는 정책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문신을 숨기고 생활했다. 이날 자리는 문신을 스스로 커밍아웃하는 자리였다.
자메이카에 본사를 둔 통신·엔터기업 디지셀(Digicel)도 최근 마르셀로 카탈도라는 CEO를 임명한 직후 화제가 됐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 속 그는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서가에 앉았는데 팔이 문신으로 덮혔다. 이 사진은 그이 딸이 찍었다고 한다. 52살의 파라과이 출신인 그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은 정말로 중요한 문제"라면서 "머리 색깔, 피어싱, 문신, 성적 취향, 종교 등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그게 우리의 일부다"고 했다. 그의 문신이 화제가 된 것 역시 글로벌 비즈니스세계에서는 다른 부문과 달리 문신이 금기시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본부를 둔 달리아 리서치(Dalia Research)가 18개국 9054명을 상대로 조사한 2018년도 통계를 보자. 어떤 형태로든 문신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을 보면 이탈리아가 48%로 가장 높았고 스웨덴(47%), 미국(46%), 호주(43%), 아르헨티나(43%), 스페인(42%), 덴마크(41%),영국(40%) 등이 40%를 넘었다. 이어 브라질(37%), 프랑스(36%), 독일(36%), 그리스(35%), 남아공(33%), 러시아(33%), 캐나다(33%), 멕시코(32%), 터키(30%), 이스라엘(25%) 등을 기록했다. 18개국 평균은 38%였다. 이들 나라는 문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색다른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는 것과 같다.
해외에서는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지는 않는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문신은 법과 관행의 경계에 서 있다. 일반인들은 문신사(타투이스트)나 미용실에서 문신을 하고 받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비의료인의 문신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연간 200만명이 시술받는다는 얘기가 있고 2021년 6월 보건복지부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문신 시술 이용자를 13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인구(5163만명)로 따지면 25%정도다. 해외보다는 낮은 수준.
문신에 대해서도 긍정, 부정이 혼재한다. ‘문신=범죄자나 조폭’이라는 인식이 줄긴 했지만 조폭 중에서 문신을 하는 경우가 많고 MZ세대에서 팔 다리, 얼굴, 몸통까지 문신을 해 위화감과 불쾌감을 준다는 지적도 있는게 사실이다. 목욕탕, 헬스장, 수영장, 호텔, 골프장 등에서 과도한 문신 노출을 제한하는 ‘노 타투존’이 늘고 문신으로 경찰공무원 임용이 취소된 경우도 있을 정도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남도의회의 경우 청소년들의 즉흥적이거나 무분별한 문신 시술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바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2023년 3월 10일 ~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영구 화장 문신 수요는 30∼40%다. 문신 시술 받은 사람의 90% 이상은 문신사에게 받았지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인 것을 아는 사람은 28%이다. 문신과 문신한 사람에 대한 인식은 60% 이상이 부정적이고, 문신을 노출하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부정 인식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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