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재웅 동국대 총장 "융합형 인재가 경쟁력…기초 토대 만들어갈 것"

이공계 중점 육성 프로젝트 추진
상위 1% 교수 초빙·창업기업 투자
대학순위 역대 최고 성과 비결은
연구 경쟁력 향상·성과 보상제도

매주 이틀 구성원들과 자유로운 토론
학내 애로사항 해결에 큰 도움
조계종 종단·동문들 지원행렬
지난해 기부금 125억원 모여

가장 아름다운 ‘5월의 캠퍼스’를 품은 대학.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면 동국대 캠퍼스에는 수많은 연등이 불을 밝힌다. 재학생과 졸업생, 불자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에 이르기까지 동국대의 밤을 찾는 이들은 연등 아래에서 삶의 이유와 의미를 되돌아본다.


공감과 연대 그리고 동행의 의미를 공유하는 시간. 긍정의 기운을 품은 이들은 그렇게 인연의 동반자가 돼서 삶의 여정을 이어간다. 그래서 동국대의 5월은 특별하다.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이상 세계를 구현하는 건학 이념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기간이다.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연등을 배경으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연등을 배경으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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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싱그러운 5월 햇살을 품은 교정에서 동국대 윤재웅 총장을 만나 삶과 철학 그리고 대학의 내일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동국대는 100년 역사를 지닌 3대 명문사학이라는 자부심을 지닌 대학이다. 윤 총장은 변화와 혁신, 도약의 청사진을 토대로 영광의 역사를, 과거의 기억이 아닌 오늘의 결과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폭넓은 인문학적 상상력은 ‘비(非)파괴적 혁신’이라는 상생의 밑그림을 잉태했다. 인문학과 이공계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 윤 총장의 소통과 경청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총장은 이른 아침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권위와 형식보다는 실용에 무게를 두는 자리. 총장실이 아닌 교수 연구실에서 자리를 함께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고충을 해결하고자 머리를 맞댄다.


윤 총장을 중심으로 동국대 발전 동력이 만들어지자, 조계종 종단을 비롯해 전국의 사찰과 불자들, 동문의 기부와 지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중앙일보가 선정하는 대학평가에서 동국대는 역대 최고 수준인 8위를 차지한 바 있다. 총장 부임 1년 만에 자기의 약속을 실현하고 있는 윤 총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동국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윤 총장과의 일문일답.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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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에서 ‘융합형 인재상’을 강조했는데,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분야의 역량을 갖춰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 인문학적인 소양까지 갖추면 훨씬 더 강한 경쟁력이 생긴다. 동국대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서 복수전공 이상의 학문을 전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2025년부터 열린전공학부를 신설하고, 전체 모집 인원의 15%를 무전공 입학생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렇게 모집된 학생들은 ‘다전공 의무화’ 방침에 따라 최소 2개 이상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융합형 AI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22년 AI융합학부를 신설했고, 작년에 이를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로 확대했다. 해당 학부에서는 컴퓨터공학과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등 전문 지식에 대한 학습뿐만 아니라 공학과 인문사회학의 융합 교육을 토대로 여러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교육이 이어진다.


-첨단과학 분야와 바이오헬스 등 이공계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는데.

▲지난 2월께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공계 중점 육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공계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첨단 분야 교육 연구 인프라와 연구개발(R&D)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이공계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좋은 교수를 초빙하고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HCR(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상위 1%에 해당하는 연구자)과 같은 상위 1% 교수를 초빙해 오거나 학내에서 이렇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찾아 육성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상위 1% 연구자를 3명 이상 육성하거나 초빙하는 것이 이공계 육성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또한 학내 이공계 교원이 창업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투자목적 펀드도 30억원가량 조성했다. 투자 후 회수된 수익은 연구에 재투자해 이공계 발전을 위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학과 간에 경계를 넘어 첨단 분야에 대한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AI산학협력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그간 동국대는 전통적으로 인문학이 강한 학교였기에 공대를 바탕으로 한 이공계열은 다른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늦어진 감이 있다. 총장이 직접 나서 이공계를 키우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좌고우면하는 일이 생긴다. 첨단과학 분야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앞서 있는 대학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 특히 AI산학협력관의 경우 임기 내 건물 준공은 어렵겠지만, 첫 삽은 뜰 수 있도록 이끌어가려 한다.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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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교계와 동문으로부터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데.

▲동국대의 정통성은 불교에 근간을 둔다. 동국대는 불교의 가르침을 학교의 이념으로 삼고, 이러한 가치가 잘 이어지면서 성장한 대학이다. 이에 스님들뿐만 아니라 불자들도 동국대에 우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관심이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지난해에는 125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이 정도 규모면 국내 대학 랭킹 10위 안팎 수준에 해당한다.


최근 불교계와 학교 그리고 학교 동문이 삼각 축을 이루며 어느 때보다 단합이 잘 되는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분위기를 타고 우리가 좋은 계기를 잘 만든다면 학교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다음 달 21일에도 후원의 밤 행사를 준비 중이다. 동문 사회도 참여할 예정이고, 내부 구성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동국대 발전에 한뜻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는데, 성과의 비결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동국대의 연구 경쟁력이 올라갔다. 10년 전부터 교수님들이 성과와 교육에 힘을 쏟은 만큼 지원이 돌아가는 성과 보상 제도를 구축했고,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 열심히 연구한 교수들에 대한 평가가 누적식으로 이뤄지는 구조라, 최우수 등급을 많이 받을수록 보통의 연구 실적을 내는 교수와 점점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경쟁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또한 연구 경쟁력이 출중한 교수들을 초빙하면서 연구에 매진하는 학교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막을 내린 이후 대학 순위 10위 안에 드는 성과를 기록했을 때만 해도 처음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다음 해는 8위를 하는 것을 보고 이 결과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닌 그간 우리의 역량이 축적돼서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국내 대학 순위 10위 안의 대학이 됐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 자긍심이 동문 사회와 불교계로도 퍼져 좋은 평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자긍심이 불교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져 불교계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2~3배 많아졌다.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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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과의 소통 및 자유로운 의견 개진 문화를 강조해 왔는데.

▲총장 취임 후 한 학기 동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순례의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총장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찾아오라며 오전 7시 연구실에서 구성원들을 기다렸다. 당시 대학생과 교수협의회 대표, 교수 등 학내 많은 주체가 연구실로 찾아왔다. 당시 구성원들로부터 학내 미해결된 과제 등 여러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구성원 불만을 쉽게 해소해 줄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느꼈다. 총장이 직접 가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늘진 곳에 관심을 가져주면 적어도 언로가 막혀서 문제가 생기는 일은 많이 줄어든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공통된 고민이다. 정부의 정책 등과 관련해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학교라는 공적 기관은 지역과 함께 상생해야 한다. 대학이 무너지면 상권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는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시작된다. 일정 부분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통폐합할 필요성은 있지만, 경쟁력이 없다고 도태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에도 대학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들도 외국에서 학생들을 유치하거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노년층을 위해 대학의 문을 열어주는 방법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취임한 지 만 1년 2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의 소회 그리고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동국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동국대의 소프트파워 강화에 힘쓰고 싶다. 소프트파워가 강해지려면 동국대와 관련한 좋은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 우리 대학이 세계 속 명문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중장기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두각을 나타내는 성과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기초 토대를 잘 닦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후에도 열매를 잘 거둘 수 있도록 기초 토양을 잘 가꾸어 놓을 생각이다.


대담=류정민 사회부장

정리=이지은 기자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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