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소환한 데 이어 오후에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이날 오후 박 전 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 전 단장 측 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지난 조사 이후 새로운 정보가 많아 약간의 보강 조사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대질신문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VIP 격노설’은 뚜렷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서 오전 조사를 통해 (김 사령관으로부터) 충분히 시인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던) 작년 7월31일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김 사령관 사이의 통화만으로도 증거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박 전 단장을 별도로 조사하면서 김 사령관과의 대질 조사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두 사람이 대질 조사를 거부할 경우 개별 조사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를 벌이던 박 전 단장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는데 이를 보류시키고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게 이번 의혹의 핵심이다.
박 전 단장이 지난해 7월30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 날 김 사령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 취소를 통보하며 부대 복귀를 지시했고, 이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에게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단장은 브리핑이 취소된 날 김 사령관이 "오전 대통령실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 당시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로 보인다"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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