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죽일 것 같았어요"…5년 만에 입 연 버닝썬 피해자

BBC뉴스코리아, 버닝썬 사태 다큐멘터리 공개
취재기자·피해여성, 단톡방 대화 등으로 재구성
'단톡방' 멤버 승리·정준영·최준영 만기 출소

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이 가담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피해 여성이 사건 발생 5년 만에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했다. 19일 BBC뉴스코리아는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버닝썬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과 강간 마약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주요 사건들과 그 후일담이 담겼다. 1시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는 공개된 지 약 하루 만에 조회 수 90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버닝썬 사태 핵심 인물인 가수 정준영과 승리, 최종훈. [이미지출처=BBC뉴스코리아 캡처]

버닝썬 사태 핵심 인물인 가수 정준영과 승리, 최종훈. [이미지출처=BBC뉴스코리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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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버닝썬 고객이었던 여성 A씨는 평소 여성들끼리 시간을 보냈으나, 어느 날은 한 남성이 주는 술을 한두 잔 마시고 심한 취기를 느꼈다고 전했다. A씨는 "화장실에서 아는 동생한테 ‘나 오늘 이상한 것 같아. 되게 빨리 취하는 느낌이야’ ‘나 앞으로 술 먹으면 안 될 것 같아’라고 말하고 자리에 돌아왔는데, 정신 차려 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고 BBC에 말했다.

A씨는 술을 건네준 남성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당한 후 집에 보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그러자 해당 남성은 사진을 찍으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웃으라고 하는데 웃음이 안 나오고, 얼굴을 가리고 싶었는데 얼굴을 못 가리게 하니까 그냥 브이를 했다”며 “그렇게 급하게 방에서 나오게 됐다. 근데 사실 기억이 흐릿하다”고 밝혔다. 이후 A씨가 성폭행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으나, 남성은 앞서 찍은 사진을 증거로 내밀며 성관계가 합의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고 이 남성의 출국이 허가됐다고 한다.


강간 마약 피해를 주장한 여성 A씨. [이미지출처=BBC뉴스코리아 캡처]

강간 마약 피해를 주장한 여성 A씨. [이미지출처=BBC뉴스코리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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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일명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의 메시지에서 드러난 집단 성폭행 상황도 재구성됐다. 당시 정준영과 최종훈 등 단톡방 멤버들은 대구에서 열린 정준영의 팬 사인회 전날 한 호텔에서 만취 상태인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이때 술에 취한 여성이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히자 단톡방에는 “놀랐다” “뇌진탕에 걸린 줄 알았다” 등의 언급이 나왔다. 그러나 정준영은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진짜 웃겼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승리가 한 파티 현장에서 술에 취한 여성에게 “조용히 해”라고 언성을 높이며 때릴 듯 손을 들어 보이고, 어딘가로 잡아끄는 영상도 공개됐다. 그가 다른 술자리에서 어눌한 말투로 “오빠가 아무리 빅뱅이라 해도, 겸손해야지”라고 말하는 모습도 있었다. 가수 고(故) 구하라가 ‘정준영 단톡방’ 사건 취재에 도움을 줬다는 내용도 나왔다. 해당 사건을 취재한 강경윤 기자는 구하라가 단톡방 멤버인 최종훈과 연습생 시절부터 지인이었던 점을 활용해 관련 증거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줬다고 전했다.

버닝썬 게이트의 연예계 핵심 인물들은 형기를 마치고 모두 출소한 상태다. 승리는 상습도박과 성매매처벌법(성매매·성매매 알선·카메라 등 이용 촬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등 총 9개 혐의를 받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여주 교도소에서 형기를 살다 지난해 2월 9일 만기 출소했다. 최종훈은 1심에서 5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참작돼 2년 6개월로 감형됐고, 2021년 11월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정준영은 강원도 홍천과 대구에서 여성을 만취시키고 집단 성폭행을 한 혐의로 2019년 3월 구속기소 됐다. 항소 끝에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지난 3월 출소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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