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3년 연속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 영령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재직 중 3년 연속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5·18 정신이 대를 이어 계승된다는 의미로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서 5·18 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유가족 대표들을 태운 버스를 기다려 영접하고, ‘민주의 문’으로 동반 입장해 헌화와 분향을 함께 했다.
기념사를 통해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했고 ‘오월의 정신’을 이어온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5월의 정신이 깊이 뿌리내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워냈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인권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정치적 자유가 확장된 것과 달리, 아직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또 다른 시대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적 불평등이 불러온 계층 갈등, 그리고 기회의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미래세대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도전과 기회의 토양을 더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이 오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오월의 정신이 찬란하게 빛나는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저와 정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배우 서태화씨는 기념식의 시작을 알리면서 김용택 시인의 '당신 가고 봄이 와서'를 낭독했다. 이 시는 1988년 발간된 시집에 수록됐으며,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 낭독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후 전남대 학생 대표들은 열사들이 마지막까지 품었던 '오월의 희망'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뮤지컬 배우 이건명씨는 오월 영령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사람'을 노래했다. 5·18 민주화운동 학생 희생자들이 다녔던 모교 후배들은 참석한 유족 등에게 오월 영령을 상징하는 이팝나무 꽃다발과 함께 위로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마친 후 1묘역에 안장된 고 박금희, 고 김용근, 고 한강운 유공자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박금희 유공자는 전남여상 3학년이던 1980년 5월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기독병원에서 헌혈하고 나오다가 계엄군 총에 맞아 사망했다.
김용근 유공자는 6·25 참전 용사로, 고등학교 역사 교사 은퇴 후 고향 강진에서 지명수배된 제자들을 숨겨준 죄로 6개월간 수감됐다. 당시 후유증으로 1985년 5월 사망했다. 한강운 유공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다 붙잡혀 고문받았고, 후유증으로 2002년 9월 사망했다.
기념식에는 2500명이 초청됐으며 5·18 유공자 및 유족, 정부 주요 인사, 학생, 시민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 정치권에서도 대거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 대표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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