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 단속에 나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을 펼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흑인 지지율 상승세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라운 vs 교육위원회 판결' 70주년을 기념하며 당시 원고와 그 가족들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브라운 판결은 당시 캔자스주에 거주한 흑인 올리버 브라운이 자신의 딸의 학교 입학을 거부한 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승소한 사건으로 미국 흑인 민권 운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백악관 초청 행사를 두고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헌신을 강조하기 위해 향후 며칠에 걸쳐 계획된 일련의 행사 중 하나"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지역사회활동(outreach)은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흑인 대학 중 하나인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 연설로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7일엔 워싱턴 D.C. 소재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해 브라운 판결 7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유서 깊은 흑인 커뮤니티 대표들을 만난다. 카멀라 해리스는 아프리카-인도계 혼혈로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기도 하다. 19일엔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모교를 찾아 연설할 방침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의 진보와 권리를 위해 힘껏 투쟁한 이들의 유산을 기리고 있다"며 "우리가 이룩한 자유를 어떻게 계속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흑인 유권자 구애에 나선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흑인 지지율 상승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과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 그룹으로부터 92%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최근 NYT-시에나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흑인 지지율이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화당 후보가 받은 역대 지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승패를 좌우할 6개 경합주(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중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 승리를 안겨줬던 18~29세 젊은 층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동률의 지지를 기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