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직접투자 자산가치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 만에 50% 넘게 불어났다.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도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로 바뀌었다.
17일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1분기 '13F(1억달러 이상 기관투자가 지분 보유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1분기 말 미국 주식 직접 투자 자산가치는 833억달러(약 112조원)였다. 4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년 전의 549억달러(약 74조원)와 비교하면 약 38조원(52%) 증가했다. 직전 분기(718억달러·약 97조원) 대비로는 약 15조원(16%)이 불어났다.
자산가치가 많이 증가한 이유는 미국 증시의 활황과 적극적 매수 덕분이다. 2023년 3월 말부터 2024년 3월 말까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0%, S&P500지수는 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34% 올랐다. 국민연금은 이 기간 상승장을 이끈 '매그니피센트 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을 집중 매수하며 자산을 불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는 주식 보유량이 1년간 10% 이상 증가했다. 애플과 메타, 구글도 각각 5%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민연금은 M7의 보유량을 모두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적게 늘린 것은 1.6%가 증가한 애플이다.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테슬라(2.58%)였다. 각각의 종목에 대한 순매수 규모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포트폴리오 순위가 바뀌었다. 자산 비중에서 MS(5.70%)가 애플(5.13%)을 제치고 처음으로 최다 보유 종목으로 등극했다. 애플 주가는 직전 분기보다 11% 하락한 반면 MS는 12% 올랐다. 국민연금의 SEC 자료가 공시되기 시작한 2014년 3분기 이후 MS가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2016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30개 분기 연속 1위였다. 같은 기간 82%(495달러→903달러) 상승한 엔비디아(4.34%)는 아마존(3.11%)을 제치고 5위에서 4위로 올랐다. 아마존은 한 계단 하락했다. 3위는 4.89%의 비중을 차지하는 PBUS 상장지수펀드(ETF)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미국 지수와 S&P500지수를 추종한다.
1분기에 신규 편입한 종목은 41개였다. 평가액 기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린데피엘시다. 3억8256만달러를 사들였다.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회사다. 그다음으로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3억7902만달러)를 많이 담았다. 이 밖에 의료기기 글로벌 매출 1위 회사인 메드트로닉과 손해보험사 처브 리미티드,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반도체, 보험중개회사 에이온 등을 각각 1억달러 이상 사들였다. 섹터별 비중 변화는 미미했다. IT가 28.56%로 전 분기(28.27%)보다 소폭 증가한 1위였다. 금융(18.68%)과 헬스케어(10.6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국민연금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시한 지난 2월 말 기준 해외주식 자산가치는 총 351조원이다. 이는 직접투자에 위탁운용, 미국 외의 다른 외국 주식 보유분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국내 주식 보유평가액은 147조원이다. 1988년 기금 설정 이후 지난해까지 해외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11.04%, 국내 주식은 6.53%였다. 최근 3개년(2021~2023년)의 '기간 수익률'로 좁히면 해외 11.96%, 국내 0.21%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올해 계획된 자산 배분 비중은 국내 주식 15.4%, 해외주식 3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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