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맞춰 문화재청도 새롭게 출발한다. 오는 17일 '국가유산청'으로 간판을 바꾸고 조직과 제도를 정비한다. 기존 보존·규제보다 미래 가치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K-헤리티지'를 육성한다. '국가유산'을 축으로 법·행정 체계를 정비하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유형을 세분화해 효율적 관리·활용을 꾀한다.
1999년 문화재청으로 개편하고 25년 만에 맞는 대대적 변화다. 2004년 차관급 기관으로 승격되기도 했으나 조직 명칭과 구조, 업무를 바꾸기는 처음이다. 영어 이름도 달라진다. 기존 명칭은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로, 문화재를 보존·관리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새로운 명칭은 '관리' 대신 '서비스' 개념을 반영한 'Korea Heritage Service'다. 국가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을 책임지고 이끌며 서비스한다는 뜻을 담았다.
의지는 조직 구조와 업무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재청은 그간 정책·보존·활용 등 업무 성격에 따라 1관 3국 19과 2단 2팀(본청 조직 기준)으로 나눠 운영했다. 바뀐 체계에서는 유산 유형에 따라 '문화유산국'·'자연유산국'·'무형유산국'으로 구분한다. 더불어 안전·방재 업무와 세계유산·국외유산을 총괄하는 '유산정책국'을 마련해 1관 4국 24과 1단 5팀으로 운영한다. 예컨대 '문화재보존국'에 함께 있던 '유형문화재과'와 '천연기념물과'는 문화유산국과 자연유산국으로 각각 나뉜다.
새로운 조직과 직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가유산 활용 산업을 장려하고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국가유산산업육성팀'을 만들고,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지방소멸위기유산대응단'을 꾸린다. 유산정책국에 '종교유산협력관'도 마련한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과 관련한 유산을 다루며 협력을 끌어내는 가교 자리다.
변화는 산하 기관에서도 발견된다.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 이름을 바꾼다. 한국문화재재단도 '국가유산진흥원'으로 조직과 명칭을 탈바꿈한다.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을 조사·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또한 '문화유산위원회', '자연유산위원회', '무형유산위원회'로 조직을 세분하며 명칭을 달리한다.
문화재청은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게 진통을 겪었다. 무형유산과 자연유산 업무를 담당하던 과를 국 단위로 재편하면서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국립무형유산원 업무와 인력 일부를 조정해서다. 특히 무형유산국을 편제하는 과정에서 국립무형유산원이 있는 전주로 조직을 내려보낼지, 대전 본청에 그대로 둘지를 두고 최근까지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해진다.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유산국이 대표적 예다. 기존에는 국마다 4~5과가 있었으나 아래에 6과 1단 3팀이 편제돼 있다. 사실상 10과가 있다고 할 수 있어 업무 과부하가 우려된다. 문화재청 측은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조직 재편의 완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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