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태양광 양면 패널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곧 내놓을 예정이다. 또 전기차·리튬 배터리의 관세도 대폭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첨단 제품 쓰나미에 자국 산업 생태계가 교란될 위기에 처하자 급히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검토에 따른 보완 조치 사항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자국 태양광 패널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면 패널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조지아주에 투자하고 있는 한화큐셀은 지난 2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폐지해달라고 공식 청원한 바 있다. 여기에는 퍼스트 솔라, 수니바 등 7개 미 태양광 제조 업체가 지지를 표명하며 힘을 보탰다.
미국 행정부는 수입산 태양광 패널에 약 14%의 관세를 매겨왔지만, 대형 전력 사업에서 주로 이용되는 양면 패널의 경우 예외가 적용돼 왔다.
문제는 미국이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의 약 90%가 양면형 패널이었던 탓에 중국산 저가 패널이 과잉 공급되며 패널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산업 보조금 지급에도 태양광 제조 산업은 침체 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미국태양에너지제조업체연합의 마이크 카 전무이사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제조 투자에 있어 상당히 어려운 역풍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태양광 업체는 중국산 패널 공세에 각종 공장 건설 계획이 중단되거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큐빅PV는 지난 2월 미국 태양광 웨이퍼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텍사스주의 미션 솔라 에너지는 올해 태양광 에너지 제조 용량을 기존 세 배 이상인 연간 1기가와트(GW)까지 늘리기로 목표로 삼았지만, 아직 프로젝트 완료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브에너지의 아트 플레처 콘텐츠 책임자는 지난달 뉴욕시에서 열린 블룸버그NEF 정상회의에서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패널 부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장을 짓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은 이제 막 급성장하고 있는 (태양광 패널)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수년 새 장악하기 시작한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등 또 다른 친환경 산업에도 무역 장벽을 높일 예정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하기로 하고, 배터리도 추가 관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도 기존 7.5%에서 25%로 3배 넘게 올리도록 지시했다.
중국이 오는 12월부터 보복 관세를 허용하는 관세법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세계는 확대되는 미·중 무역 갈등의 전선으로 인한 불똥이 튀지는 않을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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