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분 5% 이상 대량보유 종목에 대해 보유목적을 공개해야 한다. 보유목적은 주주권 행사 범위에 따라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 참여 등 3단계로 나뉜다. 일반투자는 정관변경, 보수산정,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단순투자는 이런 행위가 불가능하다. 차익실현과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정도만 가능하다. 경영참여는 가장 적극적인 투자 형태다. 기업의 임원 선임, 해임 등에 관여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유목적을 변경할 경우 5영업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현재 대량보유 종목 277곳 중 보유목적이 일반투자인 곳이 48곳, 단순투자는 229곳이다. 올해 들어 단순투자는 26곳이 증가했으며 일반투자는 그만큼 줄었다.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단계를 상향 조정한 사례는 단 3건뿐이었다. 반대로 29곳은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하향했다. 1월 5곳을 시작으로 3월 12곳, 4월 1곳, 5월 11곳(11일 현재까지) 등이다.
주주권 행사 '소극적' 변화 분위기
공교롭게도 '밸류업 2차 세미나(5월2일)' 이후 국민연금이 움직였다. 밸류업 대책 이후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보다는 시세차익에 중점을 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팀장 출신인 법무법인 율촌의 문성 변호사는 "밸류업 대책과 연관 짓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라며 "1년가량 해당 기업에 공문 발송 등의 행위를 하지 않으면 기계적으로 보유목적을 일괄 조정하는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다"고 했다.
다만 문 변호사는 "과거와 비교해 단순투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일반투자의 비율이 낮아졌다면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단순투자 종목과 일반투자 종목의 비율은 지난해 말 각각 73.2%, 26.8%였다. 넉 달쯤이 지난 현재 단순투자 82.6%, 일반투자 17.4%로 격차가 벌어졌다. 2년 전만 하더라도 한 달 동안 10개 이상의 기업을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던 국민연금의 행보에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