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암참 회장 "亞 헤드쿼터 유치해야 일자리·투자 늘 것"

아시아 헤드쿼터 유치해야
국내 일자리·투자 늘 수 있어
한국 노동유연성 세계 97위
싱가포르·日 등 경쟁국보다 저조

美대선 두달 앞두고 워싱턴 '도어낙'
유력 인사 만나 한국동반자법 통과 요청
'글로벌기업 아태본부' 유치전략
암참 보고서 尹대통령에 전달

韓정부 반도체 중요성 잘 알아
여러가지 경로로 기업에 도움줄것

韓기업 美에 130조 규모 투자
한미 관계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
대통령 바뀌면 정책은 변해
트럼프는 현실적인 비즈니스맨
재선돼도 韓기업 큰 손실 없을 것

보고서 발간 후 정부와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이 논의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제임스 김 대표이사 겸 회장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초에는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암참의 연례행사인 ‘도어낙(doorknock)’ 활동을 진행한다. 암참은 그동안 도어낙을 통해 미국 정부와 의회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 우리나라의 사업 환경 등을 홍보해왔다. 특히 올해는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면서 전문직 비자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됐다. 김 회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있는 유력 인사들을 만나 법안 통과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도어낙은 11월 5일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두 달 앞두고 진행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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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암참에서 발간한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실에도 설명을 드린 걸로 안다.

A. 보고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도 만나서 설명을 드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도 주요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 헤드쿼터 유치 등에 대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주 분명하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관계가 명확하다. 각종 통계에 나온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시아 지역 내 글로벌 기업들의 헤드쿼터 숫자를 보면 싱가포르가 약 5000개, 홍콩이 1400개, 상해도 900개다. 하지만 한국은 100개도 채 안 된다. 여러 조건이 좋은 데도 불과하고 밀린 느낌이 있다. 헤드쿼터를 유치해야 국내에는 일자리가 늘고 투자도 많이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이 유치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Q. 보고서는 우리가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책임 리스크, 규제 개선, 높은 법인세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A. 노동 유연성을 꼽고 싶다. 한국은 노동 유연성에서 전세계에서 97위를 기록하며 싱가포르(1위), 일본(11위), 홍콩(19위) 등 경쟁국과 비교해 많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러면 직원들을 또 많이 써야 한다. 그러다가 계획한 대로 비즈니스가 안되면 인력 조정이 필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유연성이 없다. 미국은 근로자들이 회사에 가서 "나는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고 사인을 하고 일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떠날 수 있다는 취지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같다. 물론 회사가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안될 때는 인력을 줄여야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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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면 반대 효과로 고용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A.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실력을 많이 끌어올리는 것이다.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한국은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겠다는 마인드가 있어 힘들 수 있다. 미국은 80세가 돼도 큰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사람이어도 언제든지 나가도록 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한국과의 큰 차이다.

Q. 얼마 전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정책 간담회도 가졌다.

A. 그렇다. 당시 간담회 때 경사노위에서 7명이나 오셨다. 램지 투바시 AIG손해보험 사장도 오셨다. 투바시 사장은 완전한 외국인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한국이 살기는 좋은데 영어가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관청은 물론, 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거의 모든 것이 한글로 돼 있다. 투바시 사장도 본인은 힘들지 않은데, 부인께서 생활하기 힘들어한다고 했다. 가령 운전면허증이나 은행 시스템도 대부분 한글이다 보니 아직 영어 친화적이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언어 문제는 중국과도 비교된다. 투바시 사장이 중국 상하이에도 갔었는데,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었다고 했다. 중국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태원 등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빠르게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외국인들 대부분은 이 문제를 굉장히 힘들어한다. 너무 힘드니까 구글 번역기를 많이 애용한다고도 하더라. 그래도 그런 기술이 발달해서 좀 편리해진 것 같다.


Q. 국회, 특히 야당에 헤드쿼터 유치 협조를 요청할 의향은.

A. 당연히 있었다. 현재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2주 전에는 그와 관련해 비즈니스 세미나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위원도 참석했다. 박 위원이 국회에서 노동 분야와 관련해 많은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다. 국회에선 대체로 이 문제에 대해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선 정부와 국회 모두와 소통하고 있다.


Q.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A. 이 대표와는 예전부터 많이 만난 사이여서 잘 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시절은 물론이고 경기도지사로 일할 때, 대통령 선거 후보일 때도 자주 만났다. 제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일 때 이 대표가 성남시로 저를 초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성남시가 MOU를 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 옛날이야기긴 하지만, 지금도 상당히 가까운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


Q. 반도체 보조금이 최근 화제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잘 돼야 미국에서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어떻게 보나.

A. 한국 정부도 반도체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접근법은 좀 다를 수도 있겠으나 저는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 통로로 기업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Q. 현재의 미·중 관계가 기업들에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A. 제가 한국에서 산 지가 거의 20년이 됐는데, 지금이 한국과 미국 간 관계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많이 진출했고 전체적으로 미국에 약 130조를 투자하는 걸로도 확인됐다. 그래서 미국과의 관계는 확실히 좋아 보이고 미국 기업들도 한국으로 많이 들어왔다. 암참 조사에서도 한국은 기업들이 오고 싶어하는 나라 2위로 나왔지 않나.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거나 들어가지 않는 것이 꼭 미국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환경을 좋게 만들고 유치를 잘한다면 한국 기업들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긴 좀 어려운 것 같다. 그런 걸 생각하면 미국이 확실히 장사를 잘한 거라고 보인다.


Q.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최근 5년 동안 크게 늘면서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A. 미국 입장에선 한국 기업들이 130조원가량 투자했고, 그 효과로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미국은 그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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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초미의 관심이다. 상황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A. 당연히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은 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화됐다. 이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생소한 분야였다. 저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현재 좋고 비즈니스가 잘되고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고 해서 한국 기업에 큰 손실이 발생할 거라곤 보지 않는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아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이다. 오히려 무엇이든 빠르게 해내는 우리와 잘 맞을 수도 있다. 나쁜 것만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면도 볼 필요가 있다.


Q.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변화가 생길까

A. 한국에는 그와 관련해 이득이 있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다만 소통은 잘 될 거라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한국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흥정을 많이 주고받았다. 차기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선 예측은 불가능하다. 미국을 가보면 분위기는 50대50이다. 선거까지 6개월이 남았고 시간은 많다.


Q.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 투자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비자 문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암참이 역할을 할 수 없나.

A.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는 9월 초 미국 워싱턴 D.C.에 간다. 그곳에서 연례행사인 ‘도어낙(doorknock)’ 활동을 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에 있는 유력 인사들을 만나 법안 통과를 요청할 예정이다. 아직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지난해처럼 많은 인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원, 하원 각각 6명을 만났다. 미국으로서도 한국인들의 취업비자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비자가 걸림돌이 돼 한국 기업들이 자기 사람들을 미국에 보내 일하도록 하기 힘들어진다면 결국 미국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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